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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백서 2005] 언론이 바라본 동대문패션 클러스터의 오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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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31회 작성일 05-12-19 12:02

    본문

    패션인사이트
    동대문백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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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가 동대문을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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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이 동대문으로 향하고 있다. 최신 유행을 맘껏 즐길 수 있고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트렌디한 감각의 상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젊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동대문은 새로운 유행 발신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동대문에는 예전과 달리 차별화된 콘셉트의 매장들이 속속 생겨났으며, 도매 상품만을 떼다 팔던 상품보다는 자체 기획상품이 늘어나고 있고 해외 수입 상품도 선보이는 추세다. 이러한 동대문의 변화에 따라 최근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접하지 못했던 신선함을 동대문에서 찾아 소구하기 시작했다.
    <편집자주>

    KEY 1. 최신 유행을 맘껏 즐겨라

    동대문이 최신 유행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패션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감각 있는 디자이너들과 벤처 상인들이 동대문의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동대문이 유행 발신지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감각과 실력을 갖춘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가격보다는 상품 차별화에 무게를 둔 매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도매시장의 사입에 의존했던 상인들은 자체 디자인 상품을 개발·확대하거나 해외 수입 상품 소싱으로 상품 구색력 갖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매장도 대형화되고 콘셉트도 확실해졌다.

    올해로 5년째 동대문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두타 2층 「툴(TOOL)」의 소인찬 사장은 “1년에 3∼4번 일본과 미국·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며 해외 트렌드를 눈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독특한 콘셉트의 매장을 찾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며 상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개성이 뚜렷한 패션 리더들이 압구정동을 떠나 동대문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백화점 쇼핑만을 고집했던 소비자들도 백화점과 동대문을 넘나들며 트렌드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로드숍 중심의 브랜드들이 내놓은 획일화된 상품에 흥미를 잃은 소비자들은 동대문으로 발길을 옮기며 자신만의 개성과 니즈를 충족시켜 가고 있다.

    KEY 2. 멀티화의 선두… 폭넓은 타겟 수용

    동대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멀티다.

    한 곳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상품들을 경험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 상가만도 1천500여 개 매장, 총 1만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상품들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동대문은 최신 유행을 맛볼 수 있는 멀티화의 선두에 서 있는 것.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의 폭이 넓은 동대문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됐다. 여기에 인터넷과 패션지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몇 년 사이 패션 안목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감도의 최신 유행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동대문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동대문 상인들은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패션 주기가 빨라졌죠. 보름만 지나면 신상품도 죽은 디자인으로 외면당하는 실정입니다. 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죠”라고 한다.

    차별화된 감각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 동대문은 감각과 끼를 갖춘 디자이너들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상인들의 마인드가 변화되면서 동대문은 새로운 경쟁력을 찾기 시작했다.

    패션몰 두타가 지하 1층에 신진 디자이너 조닝으로 ‘두체’를 운영한 데 이어 올 초에는 2층을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리뉴얼, 차별화된 콘셉트 매장을 선보이며 새로운 소비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또한 도매상가인 에이피엠(aPM)에서는 오는 8월 도매 상인 가운데 감각 있는 거상들을 모아 지하 1층에 대형 매장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복 브랜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여성 커리어 및 캐릭터 의류를 찾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여성들에게 두타 1층과 지하 1층 매장은 차별화된 디자이너 여성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됐다. 이에 신사동 가로수길 고객들도 ‘두체’로 발길을 옮겨가는 추세다.

    동대문 관계자는 “동대문에는 청평화를 비롯, 제일평화시장에 20∼4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커리어군들이 포진돼 있으며 최근에는 두타 1층과 지하 1층 매장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KEY 3. 도매에서 소매로 시장 기능 재편

    도매에서 소매시장 기능으로 재편된 것도 소비자들이 동대문을 찾는 주된 이유.

    두타와 밀리오레, 헬로에이피엠 등 소매 기능이 강한 대형 쇼핑몰들이 동대문시장의 축을 형성하면서 도매시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던 이전 쇼핑보다 편해졌고 가격정찰제, 반품 및 환불 등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 접근이 용이해졌다.

    특히 변화한 상인들의 마인드가 상품에서부터 매장, 서비스 등 동대문시장의 쇼핑 가치를 새롭게 해주고 있다.

    동대문 관계자는 “최근 동대문은 시장이 아닌 새로운 쇼핑 타운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시장 옷이라는 선입견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동대문 상인들의 변화에 따라 동대문이 패션 발신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제 동대문을 값 싼 제품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 찾는다.

    동대문, 바로 이곳은 국내 최첨단의 유행 발신지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 박인서(아티스트, 29세)
    박인서 씨는 최근 동대문 뒤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싸다는 이유로 예전에 몇 번 옷을 구매한 적은 있지만 한번 빨고 나면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만큼 퀄리티가 떨어져 아예 동대문에는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얼마 전 다시 찾은 동대문은 최신 트렌드 상품으로 가득했다. 최신 유행하는 옷들이 넘쳐나고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디자인들도 눈에 띄어 동대문의 새로운 쇼핑 가치를 느낀 것이다.

    ◈ 임선주(대학생, 23세)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던 매장은 깨끗이 정리가 됐고 넓은 드레스룸에서 자유롭게 피팅도 가능하다. 판매 직원들의 서비스도 달라졌다. 만지기만 해도 째려보기 일쑤였고 교환, 환불은 작정하고 싸우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이제는 언제든 OK. 오히려 이것저것 간섭하는 백화점 판매직원보다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동대문이 더 편하다.

    ◈ 김다래(회사원, 31세)
    백화점에서 주로 정장을 구입했던 김다래 씨는 최근 브랜드 정장이 식상하기도 하고 가격 부담이 커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구입한다. 두타 지하 1층 ‘두체’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사기도 하고, 제일평화 시장도 퀄티리와 디자인력이 맘에 들어 종종 이용하는 편이다. 동대문에서 구입했지만 오히려 그 가치는 브랜드 이상이라고.

    ◈ 황은혜(쇼핑몰운영자, 24세)
    황은혜 씨는 이모션스토리(www.emotionstory.com)라는 요즘 잘 나가는 인터넷 패션쇼핑몰 운영자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황씨는 패션이 좋아 대학원 의류학과에 입학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자칭 동대문 마니아다. 예전부터 동대문 쇼핑이 좋아 구입했던 제품들을 착용했던 사진이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유명해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그녀는 동대문에 대해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명품이나 유행상품처럼 누구나 하고 다닐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잘 찾아보면 개성이 넘쳐나는 ‘각양각색’ 상품들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박경희 기자 pk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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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착취재 싱가포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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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쎄실과 다니엘의 동대문 쇼핑기

    동대문에는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중화권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동대문에는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이 중 싱가포르인 부부, 쎄실(Cecile)과 다니엘(Daniel)이 어느 점포를 가서 어떤 상품을 사고, 어떤 가격으로 흥정하는지 쇼핑 동선을 2시간 동안 밀착 취재했다. <김민정 기자>

    지난 4월 18일 오후 5시, 동대문 두타 앞. 관광버스에서 내린 17명의 싱가포르 관광객들은 가이드에게 저녁 8시까지의 쇼핑 자유시간에 대한 안내를 들은 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과 함께 쎄실과 다니엘은 월요일 휴무였던 두타를 뒤로하고 헬로에이피엠으로 향했다.

    쎄실과 다니엘은 처음 동대문 매장을 둘러보는 설렘 때문인지 여기저기 제품을 살펴보면서 아이쇼핑을 즐겼다. 쎄실이 가방을 들어 어깨에 매자 다니엘이 봐주기도 하고, 이어링을 귀에 대보기도 하는 등 제품 구입보다는 한국 제품에 대한 파악에 주력했다.

    여기저기 가격을 흥정하던 쎄실은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가격이 싸다. 한국은 싱가포르의 명동인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싼 것 같다”며 “가격대비 만족감을 주는 제품만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방인은 헬로에이피엠 6층 액세서리 전문매장으로 향했다. 쎄실은 가는 곳마다 이어링을 집어들고 다니엘에게 보여주는 등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길게 늘어지는 디자인부터 달랑거리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이어링을 골랐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7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쇼핑 동선은 쎄실이 좋아하는 매장 위주로 이어졌다. 7층에서는 모자와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을 찾았다. 쎄실이 「아디다스」의 캡을 써보고 마음에 든다며 가격을 흥정했지만 1만3천원의 가격이 싱가포르에 비해 비싸다며 구입은 하지 않았다.

    1시간 동안 헬로에이피엠에서의 아이쇼핑(?)을 마치고 길거리의 매대로 향한 이들 부부는 동대문운동장역으로 향하는 길목의 화장품숍 캔디샵에 들렀다. 쎄실은 캔디샵에서 풋크림ㆍ핸드크림 등에 관심을 보였으나 금방 나왔고, 길거리 이어링을 파는 매대에서 여러 가지 이어링을 착용해 본 후 달랑거리는 디자인의 이어링을 구입했다. 이 매대의 주인은 “싱가포르 여성들이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또 1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몇 개씩 구입해 간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을지로지하상가로 내려가 화장품숍에 들렀으며 흥인스타덤의 아동복과 신발을 구경했다. 그 후 다시 두타 쪽으로 발길을 돌려 여성복 매장을 찾았다. 월요일 7시에 막 문을 연 두타로 들어선 이들은 1층의 콤마 매장에서 화려한 프린트의 원피스, 데님 팬츠를 구경했다.

    쎄실과 다니엘은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동대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동대문은 20대 중반인 우리들이 사기에는 너무나 영한 제품이 많았다. 그래서 의류보다는 액세서리 위주로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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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명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소싱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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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권을 뛰어넘는 경쟁력으로 한 걸음 앞선 동대문-

    동대문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미 마음 자세부터 다릅니다.”

    이는 동대문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동대문 상인들에게 국내 패션업체들의 디자이너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자주 돌아오는 대답이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 중 국내 패션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과 동대문에 뛰어든 사람들과는 이미 시작부터 다르다는 말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취직 동기를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 옷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결국 대부분의 동대문 디자이너들은 언젠가는 자기 매장을 직접 운영해 보고자 하는 꿈이 있다. 때문에 이들의 마음가짐은 내셔널 브랜드 사람들과 달리 매우 적극적이다.

    동대문에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직원을 규모에 따라 최소 2명에서 일반 중소 패션업체 수준보다 많은 20∼30명 이상을 두고 있는 곳도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한 매장에 최소한 1명 이상이다. 물론 사장이 직접 디자이너 일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패션 디자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분명히 자기 위치에서 디자이너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동대문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 수는 1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점포가 2만8천여 개라는 자료로 봤을 때 그리 놀랄 만한 숫자는 아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상품 수는 일주일에 5∼6개 스타일로 한 매장에서 하루에 한 가지씩, 동대문에서 매일 1만여 디자인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동대문 디자인의 경쟁력은 일단 제도권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이 첫 번째다. 내셔널 브랜드에서 3년 근무하다가 지난해 동대문에 취직한 디자이너 김혜원(26세) 씨는 “상품을 기획하고 샘플 작업하는 것은 내셔널 브랜드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들은 기획에서 시작해 품평회까지 거친 후 생산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동대문에서는 한 디자이너가 한 번에 모든 일을 하루 정도면 마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어 일단 소량만 생산해 시장에 내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이 만들어본다는 것이 바로 두 번째 경쟁력이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브랜드에 들어가면 2∼3년 간 하는 일이라고는 시장보기, 복사하기, 시중들기, 피팅보기 등 대부분이 고참들의 심부름이다.

    옷 전체를 혼자서 만들어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대문에서는 우선 디자이너를 한 매장에서 많이 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두 도맡아 해야 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많이 만들어보게 된다.

    내셔널 브랜드 3년, 동대문 6년차인 베테랑 디자이너 박은혜(30세) 씨는 “동대문에서는 3∼4년차 정도 되면 내셔널 브랜드 실장급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브랜드는 콘셉트를 따라가야 되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미 제작되는 디자인이 수적으로 많기 때문에 신참들이 자기 개성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일반 브랜드에서는 꿈도 못 꿀 얘기다.

    세 번째 경쟁력은 많이 경험하고 많이 보는 것이다.

    동대문에 있는 매장 사장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매시즌뿐 아니라 시장이 쉬는 날에는 가까이는 일본, 멀리는 유럽·미국까지 시장조사를 떠나 쉴 새 없이 유행을 체크하는데, 이때 대부분 디자이너들을 동반하게 된다.

    이 횟수는 한 해 동안 적어도 5∼6회는 되는데, 매우 잘 되는 매장일 경우 많으면 연간 10회를 넘어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말을 이용해 일본으로 ‘올빼미’ 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이라는 것. 대부분의 내셔널 브랜드들은 디자인실장과 바로 밑에 있는 디자이너 정도만 1년에 2∼4회 해외 시장조사를 가는 정도에 그친다. 바로 이 점이 동대문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가장 강조하는 경쟁력인데, 그만큼 많이 보고 돌아와서 바로 제품에 반영해 그 반응을 직접 접할 수 있으니 빠른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최근 유행상품 경쟁에 있어 일반 브랜드들이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도권에서 일하던 실장급의 능력 있는 사람들까지 대거 동대문에 뛰어들어 매장을 오픈하고 있으며, 유명 디자이너들도 그들의 독특한 감성을 동대문에 소개하고 있어 그 디자인 파워는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런 경쟁력이 동대문을 예전의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디자인력으로 성공시키고 있으며, 고객들은 백화점이나 가두점에서 볼 수 없는 최신 유행의 옷을 구입하려고 동대문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강범창 기자 kbc@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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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디자이너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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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선 「제이키」 디자이너


    “처음 입사할 때는 동대문이라는 곳을 몰랐는데 지금은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에 와서 저의 재능과 끼를 발견했고,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박현선(24세)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동대문 도매시장 에이피엠 4층 남성복 「제이키」에서 일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이 업체는 신평화 남성복 「포유」와 형제 브랜드로 한때 이 일대에서 신사복을 가장 많이 팔았던 곳이다. 현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하루 매출 1천만원 이상을 올리는 인기 브랜드다.

    이곳 직원은 총 8명으로 동대문에서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이 중 디자이너는 사장까지 총 3명으로 박현선 씨는 캐주얼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박현선 씨의 일과는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다.

    “오전에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원단발주, 부자재, 샘플작업 등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점심을 먹고 1시 정도에 공장을 방문해 작업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구상해 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샘플을 의뢰해요. 디자인 구상은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적어놓습니다.”

    이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고 5시쯤 사무실에 들어가 그날 일을 정리한다. 그러나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저녁을 먹고 디자인 등 다른 업무를 하다가 시간이 나면 일주일에 2∼3번 정도 시장조사를 나간다. 그리고 저녁 10시. 마지막으로 동대문 매장에 나가 1시간 정도 상품 판매 추이나 반응을 지켜본 후에야 하루 일과를 마친다.

    이런 일정으로 움직이면 힘들어서 얼굴을 찌푸릴 만도 한데, 박현선 씨 얼굴은 언제나 밝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서 괜찮아요. 어차피 내셔널 브랜드에서도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작업한 샘플이 다음날 나와 판매가 되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요. 이 맛에 일합니다.”

    ================================================================ 색깔있는 7인의 ‘동대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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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에는 참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을 지닌 젊은 사장들이 많다. 2대째 기업을 잇는가 하면 IT·뮤지션·작사가·인테리어 등 각양각색 사람들이 진출해 있다. 이들이 동대문에 안착할 수 있었던 히스토리를 들어본다.


    이덕진 「본아미」사장 / 방정현 「밀레」사장

    이덕진「본아미」 사장과 방현정「밀레」 사장은 부모의 뒤를 이어, 동대문에서 패션업을 하는 2세들이다.

    이덕진 사장은 가업과는 무관한 IT 분야 일을 하다, 2000년에 동대문시장에 뛰어들었고, 방현정 사장은 이와 달리 가업을 이어 13년째 동대문을 기반으로 패션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들이 그랬듯이 동대문을 기반으로 새로운 꿈과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사업은…
    이덕진 사장(37세)은 가업을 물려받아 셔츠 블라우스 제조 생산 전문업체 미심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 10억원을 올렸다. 주로 수십년 간 거래해 온 대기업과 유통회사에 유니폼 판매 위주로 운영하며 거둔 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 소매 유통을 위해 두타 1층에 「본아미」란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고 2003년에 2층에 2호점을 열었다.
    방현정 사장(37세)은 부모가 같이 동대문에서 사업을 하던 분이다.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한 그는 패션 기업 대신 동대문을 택해, 올해로 13년째 동대문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밀리」란 브랜드는 그가 명동 밀리오레에 입점하면서 만든 브랜드. 3년 전부터 「밀리」는 멀티숍 전략을 펴 현재 11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4∼5년 간 거래하는 메인 공장을 통해 100% 자체 기획생산을 하고 있다. 동대문은 물론 강변 테크노마트, 강남역 지하상가, 문래동 아웃렛 등에도 입점해 있다.

    ◆삶과 인생관…
    “고인 물은 썩는 법이죠. 새로운 도전정신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셔츠 제조만으로도 미심의 명맥은 이어갈 수 있었죠. 하지만 제조업이 아닌 패션 회사로 키우고 싶었어요.”

    2000년 동대문에 발을 내딛기 전 이덕진 사장은 잘 나가는 IT 회사 한국유로소프트사의 사장이었다. 그 분야에서는 제법 이름도 날렸다. 하지만 그의 길이 아닌지 부득이 회사를 접어야 했다. 믿었던 직원의 부정 때문이다. 좌절과 고통을 맛봐야 했던 그에게 새로운 도전정신과 꿈을 심어준 곳이 동대문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하는 의류사업을 보고 자랐고, 생산 현장에서 먹고 자라서 그런지 동대문은 저에게 참 편한 곳입니다.”

    동대문에 입성한 그는 생산 현장을 뛰어다니며 동대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 패션유통 전문 분야를 공부하며 전문성을 익히는 데도 노력했다.

    이렇게 현장감과 전문성을 익힌 그는 제일 먼저 도매시장을 벗어나 두타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꿈인 패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일반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유통 발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셔츠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다각화해 패션 브랜드로 「본아미」를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타에 매장을 연 후, 셔츠뿐 아니라 점퍼와 스커트 등 아이템을 늘렸다.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세상을 넓게 보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이덕진 사장은 “동대문에서 얻은 패션유통 노하우에 IT 분야 경험을 접목해 패션 기업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리」는 동대문 소매유통 치고는 디자인과 상품 기획 면에서 제법 체계가 있는 곳이다. 매시즌 「밀리」만의 차별화된 감성의 상품을 100여 스타일 출시하고 있다. 신상품도 일주일에 3∼4 스타일씩 꾸준히 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사실상 방현정 사장 혼자 힘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밀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하려니 신경 쓸 것이 많아 사실 힘들기도 해요. 사업 규모를 키우라는 주변의 권유도 자주 받지만, 이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못하고 있어요.”

    방현정 사장은 동대문에 멀티숍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멀티숍의 효시인 명동 밀리오레에 3년 전 멀티숍을 제안하고 진행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장사에 실패한 상인들이 빠지면서 매장에 빈자리가 생겼고, 이런 매장을 받아 기존 매장을 넓혀 멀티숍으로 운영하자고 밀리오레측에 제안했죠. 당시 유종환 사장이 이를 흔쾌히 수락해 오픈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었죠.”

    방현정 사장은 부모님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사업을 하기에 어찌 보면 수월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동대문에서 13년 간 사업을 하면서 큰 어려움을 몰랐어요. 모든 것이 순조로웠어요. 하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참 힘들었어요. 은연중에 부모님이 다져놓은 기반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박찬승, 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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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영 「에메랄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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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일하며 가족의 힘 느꼈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특한 상품으로 가득한 두타 2층의 ‘에메랄드’ 매장.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에메랄드」는 30여 년 간 동대문에서 터전을 잡은 부모님의 대를 이어 지금은 이민영·이재업 남매가 가세해 2대가 함께 매장을 꾸려가고 있다.

    이민영 씨는 상품 개발을, 이재업 씨는 사입과 인테리어를, 부모는 전체 매장 관리를 하고 있는데, 두타 2층 「에메랄드」 외에 밀리오레에 3개, 두타 지하 1층에 1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민영 씨는 “「에메랄드」의 힘은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 관리, 인테리어까지 가족들간의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신속한 의사결정은 매장의 보이지 않은 파워”라며 “지금은 우리 남매가 주도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부모님들이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한다.

    그 동안 도매시장의 사입에 의존해 왔던 「에메랄드」는 지난 4∼5년 전부터 자체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4년 전만 해도 뭐든 내놓으면 팔렸지만 이제는 신상품 출시 후 보름만 지나도 식상해져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얼마 전부터 자체기획 상품을 30%로 확대해 자체 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추진력과 끼를 겸비한 동생 재업 씨는 인테리어 구상부터 자재 구입, 설치까지 몇 시간 만에 해치울 정도로 남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두타에서 선정한 ‘인테리어 우수 매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에메랄드」는 2세로 바통이 넘어가면서 감각과 파워를 겸비한 매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향후 현재 운영중인 매장을 대형화해 도매시장 매장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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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인찬 「툴(TOOL)」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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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로 안착했죠!”

    기타리스트에서 패션 모델, 칵테일바 사장까지…
    두타 2층에 자리한 「툴(TOOL)」 매장의 소인찬 사장은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을 지녔다.
    이런 만큼 「툴」 매장은 확실히 튄다.

    록과 힙합 등 자유로운 음악과 평범함 속의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소인찬 사장은 옷을 통해 그만의 스타일과 감각을 표출한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록과 힙합은 「툴」 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며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이 「툴」 매장을 찾게 되는 이유다.

    자유분방한 옷과 음악, 매장 분위기가 일치되기에 젊은이들은 매장을 찾아 새로운 감성을 자극받는 것이다.

    소인찬 사장은 4년 전에 동대문에 들어왔다.

    옷을 만들고 판매했던 경험은 없었지만 평소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그는 동대문 진출 당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지만 동대문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고, 그는 이내 힘들고 고된 시간을 겪어야 했다.
    “초창기 1년 동안은 경험 부족으로 도매 상품을 제대로 공급받기도 힘들었어요. 시장에서 발을 붙이기가 힘들 정도로 텃새도 심했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기가 발동했고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죠.”
    그는 상품에 대한 욕심이 많아 1년에 3∼4번 일본, 미국,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해외 트렌드를 보기도 하고 독특한 매장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4년 만에 그는 동대문에서 앞선 감각을 지닌 젊은 사장으로 변신했다.

    지하 1층에서 시작했던 첫 번째 매장에 이어 올 봄에는 두타 2층에 2호점도 마련했다. 초창기 힘들었던 상품 공급도 이제는 순조롭게 이루어져 지금은 「툴」에만 독점 공급하는 도매상들도 생겨났다. 자체 기획상품과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해외 수입 상품을 매장에 구성해 상품 구성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최근 소인찬 사장은 뭔지 모르는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는 부족한 2%를 찾아 메우기 위한 소인찬 사장의 새로운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박경희 기자 pk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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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경 「초옥(草屋)」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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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집 짓는 여자

    초가집이라는 뜻의 「초옥(草屋)」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디자이너 정문경 씨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대학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한 정문경 씨는 평소 미술과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학창시절 내내 인테리어 공부를 하면서 끼를 표출해 왔고, 쌈지의 청담동 ‘공’에서 문구와 생활용품 디자이너로 패션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옷과의 인연은 영화 <귀여워>와 <성냥팔이 소녀>의 코스튬 의상 제작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디자이너 임선옥 씨와 「이고」 멀티숍 공동 작업을 통해 옷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다.

    압구정 「이고」 매장을 방문한 두타 관계자들은 정문경 씨만의 디자인 감성에 매력을 느껴, 결국 지난해 두타 지하 1층에 「초옥」의 둥지를 틀었다.
    정문경 사장은 “가치 있는 옷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동대문을 선택했습니다. 동대문 옷에 대한 선입견은 있었지만 오히려 이곳이 제가 일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시장 옷 같다는 동대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거든요.”

    옷으로 빽빽히 채워진 다른 매장에 비해 「초옥」의 행어에 걸린 옷은 5개를 넘지 않는다. 옷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하고 힘이 느껴진다.

    “의상 한 벌을 만드는 데 쏟은 치열한 나만의 열정을 매장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옷들이 손님들의 눈에 담겨질 수 있도록 옷을 걸며 모든 옷의 샘플도 제 손으로 직접 하죠. 직접 패턴을 뜨고 손바느질하는 과정에서 원단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 선을 강조한 정문경식 옷을 만들어내는 거죠.”

    ‘감성은 환경에 의해 지배되고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정 사장은 백화점이나 해외 컬렉션을 통한 일반적인 시장조사는 디자이너 색깔을 표출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 미술이나 인테리어, 다양한 비주얼에서 얻은 영감으로 디자인을 끌어낸다. 이를 눈치 챈 앞선 감각의 여성들은 「초옥」 의 감성과 자연스러움이 좋아 하나둘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올 봄에는 매장 규모를 2배로 늘렸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지는 정문경 사장은 보다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싶다’는 꿈을 향해 오늘도 동대문식 초가집 짓기에 푹 빠져 있다.

    <박경희 기자 pk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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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경미 「곰과여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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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만이 살 길이죠”

    「곰과여우」에는 독특한 데님으로 가득하다. 비즈와 스팽글로 화려하게 장식한 데님, 패치워크로 특이한 멋을 낸 데님, 손맛이 느껴지는 데님 등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데님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듯하다.

    요즘 들어 「곰과여우」에는 독특한 데님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고, 일본·남미·러시아 등 해외 고객들에게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주인장인 권경미 사장은 이제야 조금씩 동대문만의 매력과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올해로 동대문 입사(?) 4년차에 접어든 권 사장은 동대문에 자리잡기까지 어려움이 무척이나 많았다고 토로한다.

    “컴퓨터 분야에서 일해 왔던 저에게 옷은 전혀 다른 세계였죠.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동대문 의류업을 선택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시행착오도 많을 수밖에 없었죠. 모르는 만큼 남들보다 몇 배 이상 발품을 팔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동대문 에서 살아 남는 법을 체득했죠”라고 밝혔다.

    그러던 중 권경미 사장은 ‘품목 차별화’를 통해 동대문에서 살아 남는 법을 터득했다.

    “수많은 동대문 매장 가운데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상품 차별화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특히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일본 관광객들의 스타일을 유심히 보다가 대부분 과감하고 독특한 데님을 즐겨 입는다는 것을 알아봤죠. 순간 데님으로 일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대충 3년차로 접어들었을 때죠.”

    이후 「곰과여우」의 권 사장은 데님으로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을 찾아 동대문을 찾아 헤맸고 새로운 데님 디자인 개발을 위해 밤을 새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어느새 제 색깔을 찾게 된 「곰과여우」에는 최근 들어 데님 마니아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권 사장은 “독특한 디자인의 데님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동시에 소량 공급으로 상품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것이 「곰과여우」의 전략”이며 이것이 바로 최근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라는 성공비결을 털어놓는다.

    인기의 여파인지는 몰라도 최근 「곰과여우」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기존에 없었던 비슷한 콘셉트의 데님 매장들이 속속 오픈되기 시작했지만, 권경미 사장은 여전히 새로운 아이템과 디자인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박경희 기자 pk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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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진 「아부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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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사가에서
    잡화매장 사장으로…

    제일평화시장 별관 A6호 아부아부에는 이색 경력의 젊은 사장이 앉아 있다. 황성진 사장. 그의 본업은 작사가다. 휘성, 거미, 렉시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가수들의 노랫말을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대문에서 잡화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본업이 뒤바뀐 셈이다. 벌이도 작사가 때보다는 여기가 훨씬 좋다고 한다.

    황 사장이 이곳 동대문에서 잡화매장을 하게 된 것은 작년 중순경이었다. 작사하는 일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 여행사, 무역회사 등 여러 일을 병행해 왔다. 그는 여행사를 다니던 시절, 이태리나 프랑스를 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부탁으로 명품 가방이나 신발을 하나씩 사면서 나름대로 잡화를 보는 안목을 키웠다.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의 권유로 작년 동대문에 매장을 하나 얻게 됐다.

    무경험의 겁없는 시작이었지만 초보인 그의 눈에 동대문에서 파는 가방들이 대부분 눈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직접 디자인을 해보자는 것. 다행히 이런 가방들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으며, 조금씩 키워두었던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대에 일본으로 음악 공부를 하러 가 일본어를 익혀둔 것이 지나가는 일본인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 것.

    황성진 사장은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달라질 줄 몰랐다”며, “조만간에 근처에 매장을 하나 더 열고 내년에는 남성복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범창 기자 kbc@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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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커’ 떠나 ‘동부띠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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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로서 명예, 부, 지위, 어느 것 하나 남부럽지 않던 사람들이 10여 년 간 닦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 ‘미지의 세계, 동대문’에 발을 디뎠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의 자리에 서 있던 그들이 바라본 동대문의 비전은 무엇일까. 두타에 매장을 연 3인의 이구동성 동대문 입성기.


    박병규 「Try Me」디자이너

    “소비자와 교감하는 유행의 최전선”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과 동대문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옷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을 찾을 뿐이지요.”
    디자이너 박병규. 1995년 여성 캐릭터캐주얼 「앗슘」을 런칭해 단숨에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인공이다. 이후 오사카 월드패션트레이드, 서울컬렉션 등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올 초 동대문 두타에 매장을 열었다.

    “폼 잡고 싶었으면 백화점 몇 군데 매장 내는 거야 어렵지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보여주는 것만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가 두타 매장에 내놓은 제품은 주로 30만원대의 수트. 「앗슘」 때나 지금이나 같은 원단, 같은 봉제 공장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간혹 소비자들도 ‘동대문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딴지를 걸지만 그들도 옷에 멈춰진 시선을 떼지 못한다.

    “패션 유통구조가 변화하면서 동대문은 앞으로 패션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또 디자이너들이 작품활동을 하기 위한 수익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진출하는 디자이너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옷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패션의 최전방이라고 말한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직접 매장에 나와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과 직접 호흡하며 이를 상품기획에 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지요. 고객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없이 좋은 조언이자 정보입니다.”

    그는 동대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배들에게 “내셔널 브랜드 시장에서 경험을 좀 쌓았다고 동대문을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는 조언을 하며 “들어오더라도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인다.

    5월 중순에는 두타 매장을 하나 더 열 계획. “동대문은 참 재밌는 곳입니다. 다양한 소비자와 다양한 제품이 공존하는 동대문에서 저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양한 소비자들과 만나 저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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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아 「로즈앤로즈」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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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유행”

    아무 생각 안 하고 옷에만 파묻혀 성공을 향해 달리다보니 남들보다 팀장, 실장을 몇 년씩 빨리 달게 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이를 먹어 제 밥그릇 지키기에 연연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제 앞날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에스모드서울을 마치고 JDG (중앙디자인그룹) 콘테스트에 입상해 소속 디자이너로 청담동 가로수길에 자신의 매장도 열었고, 디자이너 이영희의 파리컬렉션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경력의 이경아. 이후 「무크」 「보이런던」 「엔보이스」 「온앤온」을 두루 거치면서 내셔널 브랜드 시장에서도 실력을 입증받은 그가 올 초 두타에 매장을 연다고 하자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
    ‘지금까지 밟아온 경력이 아까우니 현장을 뜨려거든 대학원에서 학위를 따고 강단에 서라’는 애정어린 충고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지금은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선택과 관계없이 내 운명이 정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곳을 선택하게 됐죠”라고 말한다.

    다부진 각오로 시작해서일까. 1월 말 매장을 열자마자 손님들로 매장이 붐비면서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반에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니 주변의 견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스피드한 생산이 가능한 시장 속성상 히트 아이템을 카피해 가격을 낮춰 파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한 달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방향을 잡아 2월 말 지하 1층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1층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철저히 무장한 덕에 ‘대박’에 버금가는 바람몰이를 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매장을 또 열다보니 아무래도 자금이 많이 부족했는데 일주일 만에 필요한 금액이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이게 진짜 자본주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서부터 공장에 생산 넣고 원단 발주하고 부자재 챙기는 일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그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매일 매장에 출근한다.

    “고객과 함께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생각과 원하는 바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제 콘셉트에 녹아들어서 그들(소비자)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어요. 브랜드에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이런 동대문만의 독특한 경쟁력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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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유림 「드레스룸」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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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힘 느끼는 역동적인 현장”

    드레스룸」은 여자들이 꿈꾸는 사랑스런 방이다. 화려한 샹들리에의 붉은 조명 아래 시폰 소재의 로맨틱한 옷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이곳은 한눈에 보아도 여자들이 꿈꾸는 공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오유림 사장은 15년 동안의 메이커(?) 디자이너 생활을 접고 올 봄 두타 2층에 「드레스룸」을 오픈했다. 브랜드 신참 디자이너의 업무인 원단 시장 조사부터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판매 업무까지 모두 오유림 사장의 몫이었다.

    폼 나는 브랜드 디자인실장보다는 지금의 동대문 일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디자인 제약이 많고 결정 과정이 길었던 내셔널 브랜드 디자이너 생활과 달리, 동대문은 하고 싶은 상품을 바로바로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현장이죠. 오랜 디자이너 생활을 통해 쌓아온 기획력은 차별화된 감각의 매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고 고객들의 코디네이션을 제안하는 스타일링 능력은 소비자에게 「드레스룸」을 인식시키고 판매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동대문 생활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매장 콘셉트부터 상품 개발,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일일이 부딪히면서 소화해 내야 하는 탓에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과감히 자신을 버려야 해요. 모든 것을 이곳에 집중하고 쏟아부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죠.”

    최근 들어 오 사장을 힘들게 하는 것은 동대문시장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카피. “「드레스룸」 콘셉트와 상품 개발을 위해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했지만 금방 똑같이 흉내내 버리는 동대문 생리에 실망하곤 하죠. 요즘은 반응 좋은 상품이 나오면 빨리 끝내고 다른 상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어 속상해요”라며 힘든 속내를 드러냈다.

    오 사장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날들이라고 한다.

    「드레스룸」 마니아들이 늘고 있고 로드숍까지 진출해 브랜드 비즈니스를 펼쳐보겠다는 목표가 한발한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희 pk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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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 브랜드 시장 진출한 동대문 출신 3인방의 솔직담백 醉中眞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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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살 돈 있으면 매장에 투자해요”

    「제이문」의 문진영(35세) 사장, 「라틀레틱」의 허정만(34세) 사장, 「양파주머니」의 김운식(31세) 사장. 3인이 늦은 저녁, 동대문에 모였다. 이들은 최근 동대문을 넘어 내셔널 브랜드 시장으로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술자리를 동행, 취중진담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패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전국 유명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대문을 기반으로 해 백화점과 전국 가두점으로 확대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이문」의 문진영 사장, 「라틀레틱」의 허정만 사장, 「양파주머니」의 김운식 사장. 이들은 동대문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에 패기와 열정을 더해 동대문 출신 기획자 중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며, 동대문 브랜드 신화의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늦은 7시. 일행은 동대문 도매시장 뒤편의 한 일식집에 모여 솔직담백한 이바구를 늘어놓았다.

    이야기는 ‘소비가 진작되고 경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매스컴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시작되었다. 일행은 여전히 바닥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올 3월부터 매출이 떨어지는 추세인 것을 보면 작년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봐요. 여전히 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김운식)

    “경기도 그렇지만 특히 날씨가 안 도와주는 것 같아요. 봄상품 매기가 예전보다 많이 늦어요. 다행히 3월 이후에 매출이 다소 회복되고는 있어요.”(문진영)

    허정만 사장 역시 경기가 어려운 것에 동의하며, “저희 같은 경우 추워진 날씨 덕분에 덕을 좀 봤다”고 하자, 각자 지난해 날씨 덕분에 장사가 잘 된 상품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작년 겨울에 내놓은 코트는 20만원대로, 동대문에서 팔기에는 매우 고가였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시장 제품은 싸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으로 상품만 좋다면 고가라도 동대문에서 먹히고 있어요.”(문진영)

    동대문 매장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기존 매장은 더 이상 신규 고객 유치가 힘들어요. 이미 고정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분들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요.”(김운식)

    이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대화는 내셔널 브랜드 시장 접근과 지방상권 진출에 대한 얘기로 발전했다.

    “동대문 의류 브랜드 6개와 액세서리 2개 업체가 모여 「라미네뜨」라는 편집매장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과 창원에 열었는데 매출이 잘 나와요. 올해 전국에 20개 정도 오픈할 계획입니다.”(문진영)

    “앞으로 「라미네뜨」 같은 매장이 경쟁력 있어요. 내셔널 브랜드의 경우 1∼2개 공장을 자기 마음대로 돌리기 힘들지만, 이들은 각자 자기 공장을 따로 마음대로 돌릴 수 있거든요.”(허정만)

    “저는 앞으로 「양파주머니」 직영점을 대구와 부산에 낼 계획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지방에서 잘 올라오지 못하니 자연히 저희한테는 신규 시장으로 가능성이 있습니다.”(김운식)

    얘기가 다소 딱딱해지자 허정만 사장이 “요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지하철에 타고 있으니 사람들이 입은 옷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 재미있어요”라며 화제를 돌렸다.

    “옷이 안 풀리면 영화나 책을 봐요. 그 안에서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옷을 입히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요. 팔리는 것을 만들다보면 자기 콘셉트가 죽거든요.”(문진영)

    “저는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 해법을 찾지만, 디자인을 담당하는 제 아내에게는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해요. 판매와 마케팅은 제가 하고, 디자인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겨 돈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어요.”(김운식)

    “일단 날밤새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너무 일과 돈에만 얽매여 있으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할 때가 많아요.”(허정만)

    이에 문진영 실장이 “동대문에서 매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았지만, 2000년에 동대문에 들어오고부터는 여유 있게 커피 한잔 마셔보지 못했어요”라고 말하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화는 이들이 동대문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로 이어졌다.

    “저는 1990년 이대 앞에서 선배 가게를 도와주는 것을 시작으로 옷과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숙대 앞에 처음 매장을 오픈했고, 이대와 명동으로 넓혀 의류 매장을 하다가 동대문에는 2000년에 들어왔습니다.” (허정만)

    “저도 2002년에 프레야타운에서 매장을 운영하던 아내를 도우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후 동대문 이외에 이대와 수원, 안산에도 매장을 열었죠. 지금은 모두 직영점으로 전환하고 수원점만 대리점으로 테스팅을 하고 있어요.”(김운식)
    “저는 방송 리포터, 모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26세에 패션 디자인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2000년에 동대문에 진출했지요. 최근에는 영플라자에 입점하기도 했어요.”

    이에 누군가 동대문 수익구조로 백화점 매장 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동대문보다 20% 정도 비싸게 팔았는데, 동대문보다 비싸다는 고객들의 항의가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백화점 상품은 따로 디자인해요. 영플라자 고객은 20대 초반으로 동대문 고객들보다 오히려 더 젊어요. 타겟이 분리되니 매출이 더 좋아졌어요.”(문진영)

    갑자기 이야기가 백화점으로 집중되자 모두들 수수료가 높아 입점시 남는 게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자연스럽게 각자 사는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졌다.

    “저는 모든 것에서 사업성을 따집니다. 심지어 애들 키우는 데도 계산기를 두드려요(웃음). 다른 분들은 있는 돈으로 집을 사라고 그러시는데, 전 그 돈 있으면 매장을 더 늘립니다. 그래서 아직 집이 없이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김운식)

    “저도 아직 집이 없어요. 부동산 투자가 더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젊은 나이에 그러고 싶진 않아요.”(문진영)

    젊어서 사업을 시작해 성공까지 이끌어온 이들은 사업에서만큼은 무엇보다 정직하게 벌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인생과 성공 이야기로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강범창 기자 kbc@fi.co.kr>

    문진영 사장은…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나온 그는, 늦은 나이에 패션업을 시작했지만 파슨스를 거친 엘리트 패션인이다. 졸업 후 패션업체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회사를 뛰쳐나와 동대문으로 들어왔다. 동대문 입성은 두타에서 실시했던 벤처디자이너콘테스트에 입상한 것이 계기. 1회 입상자인 그는 6년째를 지키고 있는 두체의 터줏대감.

    허정만 사장은…

    1920대 초반에 선배가 운영하던 이대 매장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허 사장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1990년 말까지 그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옷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00년에 본격적으로 동대문에 들어와 「라틀레틱」 도매 장사를 통해 기반을 다졌다. 최근 그는 본격적인 내셔널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회사 체질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내셔널 브랜드 출신을 영입하기도 했다.

    김운식 사장은…

    공학도인 그에게 패션은 남은 일이었다. 하지만 패션업에도 자신이 배운 것을 활용할 것이 많다는 것을 얼마 안 가서 알게 됐다. 그는 동대문에 매장 하나를 운영할 때부터 수천만원을 들여 전산시스템을 깐 사람이다. 집보다 매장을 더 좋아하는 그는 돈이 생기면 한 개라도 더 매장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최근 그는 자신을 키워준 동대문을 떠나 명동에 사무실을 냈다. 지난 2월에는 두타 지하 2층에 7개 매장을 터, 실평수 24평 규모의 대형 숍을 오픈했다.


    A Fashion Plant

    하루의 반이 지나 서서히 어둠이 깔리면 동대문은 ‘패션 발전소’ 겸 ‘젊음의 해방구’로 새롭게 변신한다. 영화 관람과 쇼핑을 하며 심야 데이트를 즐기려는 신세대 멋쟁이들이 밀려들면서 동대문 일대의 인도는 걷기조차 힘들다. 복합 패션 쇼핑몰 야외 무대에 댄스 팀이 오르면 무대 앞은 몰려든 인파로 순식간에 초만원이 된다. 교복을 입은 10대부터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신사까지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주인공으로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젊음의 해방구, 동대문. 이제 동대문은 더 이상 시장 상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래 친구를 찾아, 흥분과 재미를 찾아 모여든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젊은이들로 이 일대는 밤마다 젊음의 문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젊음의 열기를 맡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대한민국 패션 1 번지 동대문이 대한민국 패션 발신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김미림(20세) 씨는 대낮 같은 밤 분위기가 좋아 동대문 시장을 자주 찾는다. 니트 카디건은 「캘빈클라인」, 배트맨 티셔츠는 「도크」 데님 진과 숄더 백은 신림동 보세 제품. 헬로에이피엠 5∼6층 멀티숍을 좋아한다는 장진화(20세) 씨가 입은 후드티, 슬리브리스 탑, 카고 팬츠는 모두 헬로에이피엠에서 구입. 동대문의 사람 냄새가 좋다는 최선락(20세) 씨가 쓴 헌팅캡은 캉골, 케이프식 재킷은 보세, 팬츠는 동대문 제품. 제일평화시장 3층을 자주 찾는 맨 오른쪽 임재연(21세) 씨가 쓴 모자는 보세, 재킷을 「캘빈클라인」 니트는 동대문 프레야타운에서 각각 구입했으며, 구제 「리바이스」 데님 팬츠는 제일평화시장에서 구입

    모델 이지연(22세) 씨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동대문 새벽시장에 들르는 ‘동대문 마니아’로, 주로 ‘두타’ 쇼핑몰을 애용한다. 1회 평균 쇼핑 금액은 10만원 정도. 숄더 백은 「수퍼마켓」, 카디건은 「망고」, 검은색 슬리브리스 탑, 데님 팬츠, 스트랩 슈즈는 동대문 제품

    프레야타운에서 일하는 정청운 (21세) 씨는 광장시장 구제 코너를 좋아한다. 레게풍 모자, 티셔츠, 인도풍 가방은 프레야타운에서 구입, 데님팬츠는 동대문 브랜드 무빙온 제품

    고등학생 강준영(19세) 씨는 형들이 운영하는 프레야타운에 자주 들른다. 주로 구입하는 아이템은 독특한 프린트 티셔츠. 머리에 쓴 비니는 압구정동 「수퍼마켓」 재킷과 티셔츠는 「푸마」 데님 진은 「anb」 제품

    낮에 비해 사람의 북적거림이 적은 동대문 새벽시장을 자주 찾는 김지연(24세) 씨가 입은 재킷은 「베네통」 제품이고, 원피스와 크러치 백, 데님 진, 슈즈는 모두 인터넷몰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메이크업, 의상 모두 일본 스트리트 풍으로 코디한 김선희(25세)씨가 쓴 털모자와 머플러, 점퍼, 팬츠는 모두 동대문 제품

    유나라(22세) 씨가 입은 데님 재킷, 후드티, 스커트 등은 모두 동대문 제품. 황윤선(23세) 씨는 모자 마니아답게 모자에 컬러 포인트를 맞추었다. 모자는 두타 ‘모자방’, 재킷은 이대 앞에서 구입. 베레모 걸 박선주(22세) 씨가 쓴 중절모는 두타 ‘모자방’, 데님 조끼는 부평 지하상가, 후드티와 데님 팬츠는 헬로에이피엠에서 각각 구입. 이윤미(22세, 회사원) 씨는 동대문에서 구입한 재킷, 후드티, 데님 팬츠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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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성장동력, 동대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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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과 내셔널 브랜드 방식 접목, 신 성장시장 창출

    명동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A 점주. 그는 최근 7개월 간 운영하던 브랜드 매장을 정리하고 사입 매장으로 전환했다. 브랜드 매장을 접은 이유는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키 어려웠기 때문.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7개월 간, 대략 8∼9천만원의 적자를 봤다. 이처럼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는 5개월 전부터 본사와 상의해 동대문 상품을 사입해 병행 판매했다. 그 결과 그는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면서 본 적자를 메울 수 있었고, 대략 2천만원 정도 이익도 남겼다고 한다. 최신 유행상품 공급과 소량 거래가 가능한 동대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얘기다.

    동대문 소싱 접목, 저비용 고효율 구조 갖춰…
    버스갤러리」 「라미네뜨」

    사회 구조와 소비행태 변화로 패션업계에도 과거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내셔널 브랜드와 동대문 비즈니스 방식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일고 있다.

    에프앤에프와 신원에서 「엘르스포츠」와 「쿨하스」 본부장을 지낸 바 있는 조춘호 씨는 최근 트리앤코라는 법인을 내고, 「버스갤러리」라는 중저가 여성 캐주얼을 런칭했다. 이 브랜드의 전략은 최근 트렌드 상품을 품질을 유지하면서 기존 영캐주얼의 40∼50% 수준의 가격대를 소비자에게 제안한다는 것이다. 볼륨과 조직이 기존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미흡함에도 이 브랜드가 이러한 전략을 펼 수 있는 이유는, 내셔널 브랜드와 동대문 시스템의 접목 때문이다. 조춘호 사장은 “동대문 소싱을 활용하면 최신 유행 상품을 15일 안에 내놓을 수 있다. 또 본사 조직도 슬림하게 운영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갖출 수 있기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빠른 물량 회전과 저마진 유통을 통해 기존 내셔널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도매상가인 제일평화 중심의 디자이너와 상인들이 연합해 만든 코리아패스트패션의 여성 커리어 브랜드 「라미네뜨」도 동대문과 내셔널 브랜드 접목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펴고 있다. 이 브랜드의 사업전략은 직거래 공장을 갖고 있는 8명의 조합원들이 각기 차별화된 상품을 2주 단위로 공급해 멀티숍 형태로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브랜드는 조합원 각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유지한 채 복합매장 형태로 운영한다. 이런 점에서 공동판매 성격을 띠고 있는 유럽의 매스밸류 브랜드 「H&M」 방식에 가깝다. 이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은 조합원들이 탄탄한 생산기반과 자체 기획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 특히 각 조합원이 유통보다는 기획생산 회사에 가까워, 디자이너 수를 모두 합하면 40여 명에 이른다는 것. 잘 나가는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많아야 10명인 점을 감안할 때, 강력한 디자이너 파워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해외 소싱 리테일 브랜드도 등장…

    소울21」 「타이거#숍」 등

    지난달 20일 명동 중국대사관 뒷길에 문을 연 「소울21」이 화제다. 파격적인 인테리어의 이 매장은 최신 유행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안, 일평균 1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매장이 이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동대문 시스템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도희21컴퍼니의 임대운 사장은 동대문에서 도매와 무역업으로 20년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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