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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 특구·패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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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20회 작성일 05-01-19 14:24

    본문

    품질·디자인으로 '불황탈출' 재무장…

    도매상은 온라인으로 이동 중

    http://www.econopia.com 이코노미스트 게재기사
    글 김명룡 기자 (dragong@joongang.co.kr)

    점포수 3만여 개. 연간 매출 10조원. 한국 의류산업을 상징하는 동대문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최악의 내수 불황 때문이다. 한편으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산고도 시작됐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내수 중심에서 해외 수출로 영역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패션 특구' 동대문시장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올 한 해 새로운 비상을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편집자>
    .
    동대문시장을 살리려는 노력들
    .
    서울시는…
    ▶ 동대문운동장 철거하고 패션 테마공원화 ▶ 버스전용차로·주차장 설치 등으로 교통난 해소 노력 ▶ 경찰기동대·미군공병대 등 시장 근처 대형 공공시설 이전해 소비자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
    .
    동대문관광특구 협의회는…
    ▶ 개성공단에 봉제공장 진출 시도 ▶ 동대문시장과 청계천 잇는 지하도 개통 ▶ 청계천변에서 동대문 축제 개최로 소비자 관심 확대
    .
    대형 상가들은…
    ▶ 닭장 같은 매장 면적 확대(기존 면적 2배로 확장) ▶ 두타·밀리오레 등 디자인 능력 갖춘 상인에게 임대료 할인 ▶ 환불과 관련된 민원센터·탈의실 설치 등으로 쇼핑편의 확대
    .
    상인들은…
    ▶ 디자이너들 연합 단체 결성해 공동브랜드 개발 ▶ 도매상인 중심으로 온라인시장 개척 ▶ 가격 정찰제, 원산지표시제 자율시행으로 쇼핑 환경 개선
    .
    "오늘따라 손님이 더 없네요. 조금 더 있으면 많아질 텐데…."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이 없자 무안했던 모양이다. 동대문시장의 한 소매상가에서 청바지를 파는 이성훈(50)씨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동대문 소매시장에서 손님이 가장 많다는 저녁 7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지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10여분 동안 이씨의 점포를 찾은 손님은 10명가량. 그중 한명이 청바지를 사 갔다.
    .
    이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옆 점포 주인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많아서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려서 탈 정도였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기보다는 밀려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을 것이오. 그땐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어. 돈도 많이 벌었는디…."
    .
    소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5일. 동대문시장 상가는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싸늘한 분위기였다. 어느 쇼핑몰을 가 봐도 손님들로 붐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산한 지하상가를 거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그러나 '산 너머 산'이다. 두타·밀리오레·프레야타운·헬로apM 등 대규모 쇼핑몰 근처에 내년까지 라모도·패션TV·굿모닝시티 등의 패션몰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
    현재 3만개 정도 되는 매장에 새로 1만개의 매장이 생기는 셈이다. "나눠먹기 하자는 것이지 뭡니까. 동대문에 오는 사람은 늘지 않는데 쇼핑몰만 계속 들어서니 원…." 한 점포 주인에게 주변 신축 상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
    디자인 경쟁력 살려내야
    .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동대문시장에서 매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 권민경(31)씨. 그도 3년 전의 60~70%에 되지 않는 매출이 걱정이지만 동대문시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그는 "어렵긴 하지만 디자인으로 승부한 결과 꾸준한 매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권씨는 "문제는 '대충대충' 만드는 동대문 상인들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빠르기에만 몰두하니 마무리작업이 제대로 될 리 없지요. 동대문시장 상품이 처음에는 보기 좋은데 몇 번 빨면 못 입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게 된 거죠."
    .
    그래서인지 권씨가 운영하는 매장은 다른 매장에 비해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순간에도 서너명의 고객이 옷을 사 갔다. "동대문은 속도가 경쟁력입니다. 디자인하고 이틀이면 제품이 나오거든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고, 제품의 질이 좋으면 승산 있다고 봐요."
    .
    과거에는 도매시장에서 옷을 사다 장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권씨처럼 옷을 직접 디자인해 파는 점포가 늘고 있다. 두타의 경우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대부분은 디자이너 겸 점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쇼핑몰도 건물 안에 상가 속 상가를 마련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젊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유치하고 있다.
    .
    두타의 '두체'가 바로 그것이다. 상가 측은 임대료를 할인해 주거나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등의 조건으로 이들을 입점시켜 상품 경쟁력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디자인이 살 길이다'라는 취지에 공감해 동대문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FNG(Fashion New Generation)를 만들어 디자인 개발에 노력하기로 했다.
    .
    이 밖에도 생존을 위한 변화의 조짐은 동대문시장 이곳 저곳에서 감지된다. 두타 매장 1층에 자리잡은 심성보(35)씨의 '콤마' 매장. 그의 가게는 좁아터진 '닭장' 매장이 아니다. 닭장 매장 대여섯개는 들어갈 만한 공간에 제품들이 널찍널찍하게 진열돼 있다. 잘 꾸며진 의상실에 들어선 느낌이다.
    .
    "패션은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느낌을 파는 거죠. 옷만 잔뜩 걸어 놓으면 손님들도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어요. 편안하게 옷을 구경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죠."평당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래도 될까 싶다. 실제로 보통 다른 매장의 경우 손님들은 스쳐 지나가듯 쇼핑을 한다. 그러나 그의 매장에 들어선 손님들은 천천히 쇼핑을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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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씨는 "같은 넓이의 매장보다 매출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매장들도 전체적으로 기존의 닭장 매장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각 매장의 1층을 중심으로 조그맣던 매장을 통합하거나 간판을 리뉴얼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닭장 매장들도 백화점 크기로 변화하고 있다. 프레야타운의 경우 5층과 6층 매장을 기존의 1.5평 크기에서 4평으로 늘렸다. 헬로apM도 8층 매장면적을 두 배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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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 상인에서 온라인 상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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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상가 쪽으로 가기 위해 쇼핑몰을 나섰다. 소매상가의 피크타임은 저녁 7시~12시 정도. 반면 도매상가는 지방 상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저녁 10시가 돼야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된다.추운 날씨에도 각 쇼핑몰 앞에서는 간이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동대문시장의 상징처럼 된 조그만 무대 에서 젊은이들은 춤과 노래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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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타 앞 광장 이벤트 무대에서 6년여 동안 사회를 봐온 함승우씨. 추운 날씨에도 100명 남짓한 관객 앞에서 노래자랑 사회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광장도 불황을 타기는 마찬가지예요. 옛날엔 사람들이 이 광장에 꽉 들어찼는데 보시다시피 많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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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는 아직도 동대문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아요. 동대문이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지하도를 건너 도매상가쪽으로 향했다. 동대문운동장을 중심으로 동쪽에 도매상가가 몰려 있다고 해서 상인들은 이곳을 동편제라고 부른다. 이곳은 불황의 골이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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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 위주의 영업을 하는 이곳의 경기지표는 이곳을 찾는 지방 상인의 숫자. 2002년까지만 해도 건물 앞에는 대전·대구·부산·광주 등지에서 온 지방 상인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
    대표적인 도매상가인 디자이너클럽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성일(45)씨는 매출을 묻자 "지방 상인들은 3~4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들의 씀씀이도 작아져 매출은 그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뾰족한 대비책 없이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 정도 되자 문을 닫고 나가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
    실제로 이곳의 거의 모든 도매상가들의 경우 공실률이 20~30%에 이른다. 그나마 1층은 조금 나은 편. 위층으로 갈수록 빈점포가 많아진다. 어떤 곳은 월세를 내지 못해 상가에서 '영업정지'를 알리는 푯말이 내걸렸다. 이곳 도매상인들의 요즘 화젯거리는 단연인터넷 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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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도매는 판매 주기가 소매보다 한달가량 빠르다. 도매에서는 이미 판매가 끝나 '땡처리'해야 하는 제품도 소매시장에서는 제값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한블록 떨어진 밀리오레 등 소매시장에서는 정상가로 팔리는 옷을 ㎏당 몇 천원씩 땡처리해야 한다. 이런 땡처리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팔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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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평화시장 2층에서 니트 도매를 하고 있는 강은호(38) 사장. 그는 지난해 초부터 땡처리하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재미를 보고 있다. 그는 "운영비, 운송비 다 떼도 땡처리하는 것보다 수익이 월등히 높다"며 "현재는 전체 매출의 70%를 온라인에서 올린다"고 말했다. 이제는 두 명의 온라인 전담 사원을 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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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상인이 성공하자 인터넷으로 눈을 돌리는 상인들이 많아졌다. 지방 상인이 아닌 온라인 고객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강씨는 "현재 청평화시장의 경우 전체의 90%가량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하거나 인터넷 판매업자들에게 물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도매상가 상인의 30% 정도도 이미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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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도 동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발족한 동대문관광특구 협의회는 동대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 개성공단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송병렬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 관계자와 중소기협중앙회 측의 북한 개성공단 입주 제의를 받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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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더불어 올해 10월에 완공되는 청개천 복원공사와 맞물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개천이 복원되면 더 좋은 쇼핑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이곳을 공원화해 패션 관련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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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기동대·미군공병대 등 대형 공공시설을 이전해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동이 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그러나 동대문의 새벽은 어둡지 않았다. 새벽을 밝히는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몸짓이 힘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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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이 친절해졌어요

    "동대문이요? 방학이라 1주일에 한번은 놀러 와요. 유행하는 옷이 뭔지도 구경하고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기도 하고요."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생인 홍미진(18)양과 라은혜(18)양.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지만 1주일에 한 번쯤은 동대문시장을 찾는 동대문 키즈다. 짧은 치마와 개성 있는 모자로 한껏 멋을 낸 이들은 "동대문시장을 오가며 배운 패션감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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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부터 오기 시작했는데요. 볼거리도 많고 옷도 싸고 먹을거리도 많아서 좋아요.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도 이대 앞(상가)보다 더 깔끔한 것 같아요."(라은혜) 신세대 고객인 그들이 동대문을 찾는 이유다. 홍미진양은 "옷도 구경하고 노점상에서 핫도그도 사먹고 상가 앞에서 춤·노래자랑 대회를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며 "꼭 옷을 사지 않아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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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동대문은 물건을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 놀이공원인 셈이다.이들이 보기에 동대문시장은 중학교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사람이 줄어서 그런지 쇼핑하기 훨씬 편해요. 그리고 매장이 많이 깔끔해졌어요. 무엇보다도 언니(상인)들이 많이 친절해졌어요. 장사가 잘 안 돼서 그런가?(웃음)"(홍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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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에서 산 옷은 한번 빨면 늘어져서 못 입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덜 그래요. 친구들도 많이 오는데요. 다들 (옷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해요."(라은혜)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아직도 반품이 잘 안 돼요. 한번도 입지 않은 옷도 환불하려면 한참 승강이를 벌여야 해요. 옷을 입어보는 것도 아직까지 많이 불편하고요."(홍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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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포수 3만여 개. 연간 매출 10조원. 한국 의류산업을 상징하는 동대문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최악의 내수 불황 때문이다. 한편으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산고도 시작됐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내수 중심에서 해외 수출로 영역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패션 특구' 동대문시장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올 한 해 새로운 비상을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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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시장을 살리려는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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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 동대문운동장 철거하고 패션 테마공원화 ▶ 버스전용차로·주차장 설치 등으로 교통난 해소 노력 ▶ 경찰기동대·미군공병대 등 시장 근처 대형 공공시설 이전해 소비자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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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관광특구 협의회는…
    ▶ 개성공단에 봉제공장 진출 시도 ▶ 동대문시장과 청계천 잇는 지하도 개통 ▶ 청계천변에서 동대문 축제 개최로 소비자 관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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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상가들은…
    ▶ 닭장 같은 매장 면적 확대(기존 면적 2배로 확장) ▶ 두타·밀리오레 등 디자인 능력 갖춘 상인에게 임대료 할인 ▶ 환불과 관련된 민원센터·탈의실 설치 등으로 쇼핑편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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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들은…
    ▶ 디자이너들 연합 단체 결성해 공동브랜드 개발 ▶ 도매상인 중심으로 온라인시장 개척 ▶ 가격 정찰제, 원산지표시제 자율시행으로 쇼핑 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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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손님이 더 없네요. 조금 더 있으면 많아질 텐데…."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이 없자 무안했던 모양이다. 동대문시장의 한 소매상가에서 청바지를 파는 이성훈(50)씨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동대문 소매시장에서 손님이 가장 많다는 저녁 7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지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10여분 동안 이씨의 점포를 찾은 손님은 10명가량. 그중 한명이 청바지를 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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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옆 점포 주인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많아서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려서 탈 정도였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기보다는 밀려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을 것이오. 그땐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어. 돈도 많이 벌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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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5일. 동대문시장 상가는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싸늘한 분위기였다. 어느 쇼핑몰을 가 봐도 손님들로 붐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한산한 지하상가를 거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그러나 '산 너머 산'이다. 두타·밀리오레·프레야타운·헬로apM 등 대규모 쇼핑몰 근처에 내년까지 라모도·패션TV·굿모닝시티 등의 패션몰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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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3만개 정도 되는 매장에 새로 1만개의 매장이 생기는 셈이다. "나눠먹기 하자는 것이지 뭡니까. 동대문에 오는 사람은 늘지 않는데 쇼핑몰만 계속 들어서니 원…." 한 점포 주인에게 주변 신축 상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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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경쟁력 살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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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동대문시장에서 매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 권민경(31)씨. 그도 3년 전의 60~70%에 되지 않는 매출이 걱정이지만 동대문시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그는 "어렵긴 하지만 디자인으로 승부한 결과 꾸준한 매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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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씨는 "문제는 '대충대충' 만드는 동대문 상인들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빠르기에만 몰두하니 마무리작업이 제대로 될 리 없지요. 동대문시장 상품이 처음에는 보기 좋은데 몇 번 빨면 못 입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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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권씨가 운영하는 매장은 다른 매장에 비해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순간에도 서너명의 고객이 옷을 사 갔다. "동대문은 속도가 경쟁력입니다. 디자인하고 이틀이면 제품이 나오거든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고, 제품의 질이 좋으면 승산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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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는 도매시장에서 옷을 사다 장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권씨처럼 옷을 직접 디자인해 파는 점포가 늘고 있다. 두타의 경우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대부분은 디자이너 겸 점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쇼핑몰도 건물 안에 상가 속 상가를 마련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젊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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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타의 '두체'가 바로 그것이다. 상가 측은 임대료를 할인해 주거나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등의 조건으로 이들을 입점시켜 상품 경쟁력을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디자인이 살 길이다'라는 취지에 공감해 동대문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FNG(Fashion New Generation)를 만들어 디자인 개발에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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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밖에도 생존을 위한 변화의 조짐은 동대문시장 이곳 저곳에서 감지된다. 두타 매장 1층에 자리잡은 심성보(35)씨의 '콤마' 매장. 그의 가게는 좁아터진 '닭장' 매장이 아니다. 닭장 매장 대여섯개는 들어갈 만한 공간에 제품들이 널찍널찍하게 진열돼 있다. 잘 꾸며진 의상실에 들어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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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은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느낌을 파는 거죠. 옷만 잔뜩 걸어 놓으면 손님들도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어요. 편안하게 옷을 구경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죠."평당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래도 될까 싶다. 실제로 보통 다른 매장의 경우 손님들은 스쳐 지나가듯 쇼핑을 한다. 그러나 그의 매장에 들어선 손님들은 천천히 쇼핑을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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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씨는 "같은 넓이의 매장보다 매출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매장들도 전체적으로 기존의 닭장 매장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각 매장의 1층을 중심으로 조그맣던 매장을 통합하거나 간판을 리뉴얼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닭장 매장들도 백화점 크기로 변화하고 있다. 프레야타운의 경우 5층과 6층 매장을 기존의 1.5평 크기에서 4평으로 늘렸다. 헬로apM도 8층 매장면적을 두 배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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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 상인에서 온라인 상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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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상가 쪽으로 가기 위해 쇼핑몰을 나섰다. 소매상가의 피크타임은 저녁 7시~12시 정도. 반면 도매상가는 지방 상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저녁 10시가 돼야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된다.추운 날씨에도 각 쇼핑몰 앞에서는 간이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동대문시장의 상징처럼 된 조그만 무대 에서 젊은이들은 춤과 노래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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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타 앞 광장 이벤트 무대에서 6년여 동안 사회를 봐온 함승우씨. 추운 날씨에도 100명 남짓한 관객 앞에서 노래자랑 사회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광장도 불황을 타기는 마찬가지예요. 옛날엔 사람들이 이 광장에 꽉 들어찼는데 보시다시피 많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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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는 아직도 동대문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아요. 동대문이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지하도를 건너 도매상가쪽으로 향했다. 동대문운동장을 중심으로 동쪽에 도매상가가 몰려 있다고 해서 상인들은 이곳을 동편제라고 부른다. 이곳은 불황의 골이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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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 위주의 영업을 하는 이곳의 경기지표는 이곳을 찾는 지방 상인의 숫자. 2002년까지만 해도 건물 앞에는 대전·대구·부산·광주 등지에서 온 지방 상인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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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도매상가인 디자이너클럽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성일(45)씨는 매출을 묻자 "지방 상인들은 3~4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들의 씀씀이도 작아져 매출은 그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뾰족한 대비책 없이 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 정도 되자 문을 닫고 나가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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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이곳의 거의 모든 도매상가들의 경우 공실률이 20~30%에 이른다. 그나마 1층은 조금 나은 편. 위층으로 갈수록 빈점포가 많아진다. 어떤 곳은 월세를 내지 못해 상가에서 '영업정지'를 알리는 푯말이 내걸렸다. 이곳 도매상인들의 요즘 화젯거리는 단연인터넷 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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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도매는 판매 주기가 소매보다 한달가량 빠르다. 도매에서는 이미 판매가 끝나 '땡처리'해야 하는 제품도 소매시장에서는 제값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한블록 떨어진 밀리오레 등 소매시장에서는 정상가로 팔리는 옷을 ㎏당 몇 천원씩 땡처리해야 한다. 이런 땡처리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팔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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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평화시장 2층에서 니트 도매를 하고 있는 강은호(38) 사장. 그는 지난해 초부터 땡처리하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재미를 보고 있다. 그는 "운영비, 운송비 다 떼도 땡처리하는 것보다 수익이 월등히 높다"며 "현재는 전체 매출의 70%를 온라인에서 올린다"고 말했다. 이제는 두 명의 온라인 전담 사원을 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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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상인이 성공하자 인터넷으로 눈을 돌리는 상인들이 많아졌다. 지방 상인이 아닌 온라인 고객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강씨는 "현재 청평화시장의 경우 전체의 90%가량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하거나 인터넷 판매업자들에게 물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도매상가 상인의 30% 정도도 이미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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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도 동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발족한 동대문관광특구 협의회는 동대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 개성공단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송병렬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 관계자와 중소기협중앙회 측의 북한 개성공단 입주 제의를 받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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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더불어 올해 10월에 완공되는 청개천 복원공사와 맞물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개천이 복원되면 더 좋은 쇼핑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이곳을 공원화해 패션 관련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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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기동대·미군공병대 등 대형 공공시설을 이전해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동이 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그러나 동대문의 새벽은 어둡지 않았다. 새벽을 밝히는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몸짓이 힘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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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들이 친절해졌어요

    "동대문이요? 방학이라 1주일에 한번은 놀러 와요. 유행하는 옷이 뭔지도 구경하고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기도 하고요."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생인 홍미진(18)양과 라은혜(18)양.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지만 1주일에 한 번쯤은 동대문시장을 찾는 동대문 키즈다. 짧은 치마와 개성 있는 모자로 한껏 멋을 낸 이들은 "동대문시장을 오가며 배운 패션감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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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부터 오기 시작했는데요. 볼거리도 많고 옷도 싸고 먹을거리도 많아서 좋아요.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도 이대 앞(상가)보다 더 깔끔한 것 같아요."(라은혜) 신세대 고객인 그들이 동대문을 찾는 이유다. 홍미진양은 "옷도 구경하고 노점상에서 핫도그도 사먹고 상가 앞에서 춤·노래자랑 대회를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며 "꼭 옷을 사지 않아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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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동대문은 물건을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돈이 별로 들지 않는 놀이공원인 셈이다.이들이 보기에 동대문시장은 중학교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사람이 줄어서 그런지 쇼핑하기 훨씬 편해요. 그리고 매장이 많이 깔끔해졌어요. 무엇보다도 언니(상인)들이 많이 친절해졌어요. 장사가 잘 안 돼서 그런가?(웃음)"(홍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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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에서 산 옷은 한번 빨면 늘어져서 못 입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덜 그래요. 친구들도 많이 오는데요. 다들 (옷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해요."(라은혜)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아직도 반품이 잘 안 돼요. 한번도 입지 않은 옷도 환불하려면 한참 승강이를 벌여야 해요. 옷을 입어보는 것도 아직까지 많이 불편하고요."(홍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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