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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백서 2005] 언론이 바라본 동대문패션 클러스터의 오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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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510회 작성일 05-12-19 12:0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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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에서 소싱해서 브랜드처럼 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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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갤러리」, 이달 29일 청주에 1호점 오픈

    트리앤코(대표 조춘호)가 오는 29일 청주1번가에 「버스갤러리(BUSGALLERY)」 1호점을 오픈한다. 「쿨하스」 사업부장 출신의 조춘호 씨가 출시하는 「버스갤러리」는 중저가 여성 캐주얼 브랜드로서 트렌드, 품질, 가격 등 3박자 모두를 요구하는 최근 패션 리더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버스갤러리」는 유통 노하우와 마케팅, 관리 시스템은 내셔널 브랜드의 장점을, 트렌드 대응력과 가격경쟁력은 동대문의 장점을 벤치마킹 한다는 것.

    조춘호 사장은 “최근 소비자들은 감도 있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최신 유행을 발빠르게 반영한 디자인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 내셔널 브랜드에서는 이를 만족시켜 주는 데 한계가 있다. 또 과다한 유통비용과 본사 관리비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버스갤러리」는 15일 단위로 신상품을 출하할 방침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3명의 상품전문가들이 10여 개의 품목별 전문업체로부터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으며, 전체 물량의 30∼40%는 자체 기획하고 있다. 초두에는 20∼30장 단위로 발주하지만 판매반응이 좋은 디자인은 곧바로 200∼300장 단위로 발주할 방침이다. 빠르면 3일, 늦어도 7일이면 메인 생산도 가능하다는 것.
    판매가는 기존 여성 영캐주얼의 40∼50% 수준. 품질과 감도는 기존 브랜드 수준에 맞추되 판매가는 보세 수준을 하겠다는 것.

    조 사장은 “조직운영과 재고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원가 대비 배수율을 2.3∼2.5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버스갤러리」는 오는 29일 청주점을 시작으로 5월 초까지 전주, 일산 라페스타, 목동, 동성로 등에 5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대리점은 위탁제로 운영하며 연말까지 20개점을 전개할 계획이다. 효율을 중시해 매장 임대료를 포함해 6∼7천만원이면 오픈할 수 있는 점포를 우선적으로 오픈할 방침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조명훈 코리아패스트패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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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인8색을 한방에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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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네뜨」 조합 형태로 운영… 디자이너만 40명

    코리아패스트패션에서 런칭한 여성 커리어 브랜드 「라미네뜨」가 가두상권의 화제다. 이 브랜드는 지난 2월 코엑스와 창원에 잇따라 1, 2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이달 중 분당과 수원 영통 등에 추가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매출도 코엑스점의 경우 월 9천만 원에서 1억원대를 올리고 있고, 창원점도 매장 교체 이후 매출이 3배 가량 늘었다.

    「라미네뜨」는 동대문 제일평화와 가두 유통을 전개하는 8명의 디자이너와 상인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만든 브랜드다. 참여한 상인들 이력과 경력도 다양하다. 조명훈 사장의 경우 동대문에서 생산 업무만 13년을 했고, 소재 컨버터 회사도 4년 간 운영했다. 또 다솔닷컴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동대문 상인 대상으로 스타마케팅 지원업무를 했다. 코리아패스트패션의 조합장인 이양헌 사장(41)은 제일평화에서 「헤비」란 브랜드를 운영하며 기획생산 업무만 5년을 했다. 또 문진영 사장은 파슨스 출신으로 두타와 에리어식스 등에서 도소매 유통을 하는 엘리트 패션인이다. 최근에는 롯데 영플라자 6층에 단독매장으로 입점하기도 했다. 조합원 중에는 이색 경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케시케이」의 김진완 사장(47) 이 그 주인공. 김 사장은 4급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국회에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2년 전 동대문으로 들어와 안착했다.

    「라미네뜨」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주 타켓으로 하는 여성 커리어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8명의 조합원들이 각각 직영처럼 핸들링하는 공장을 갖고 있다는 것. 특히 동대문 중심의 도소매 유통을 하면서 발빠른 기획과 생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조명훈 사장은 “조합원 중에는 패션업체에 납품을 했거나 하고 있는 곳도 많다”며 “최소한 기획생산 면에서는 검증된 곳들”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패스트패션은 본격적인 대리점 영업을 위해 2천만원을 들여 재고관리 시스템을 완비했고, 내셔널 브랜드 출신의 MD도 영입하는 등 조직 보강도 마친 상태다. 조 사장은 “이달 중으로 매장을 6개로 늘리고 올해 안으로 20개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라미네뜨」의 긍극적인 목적은 내수보다는 수출이다”며 “내수 유통을 통해 시스템을 다진 후 수출 위주로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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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로 나가고, 인터넷으로 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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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소싱 능력 활용…
    ‘마켓 테스팅의 장’으로도 활용

    동대문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곳이다. 최신 유행상품을 마음만 먹으면 2~3일 만에 생산해 낼 수 있는 곳이다. 이는 동대문이 생산에 필요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다져진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수출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에서부터 인터넷 유통까지 사업 방식이 다각화되고 있다.

    동대문을 기반해 ‘세계 속으로’

    동대문에 기반을 둔 에스앤제이(대표 장종빈)는 차별화된 고품질의 데님을 주력으로 기획 생산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영업 방향을 내수 대신 수출로 전환, 일본의 데님 전문 브랜드에 OEM으로 수출하고 있다.

    장종빈 사장은 “내수에 비해 업무가 심플하고 선기획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도 적다”며 “처음에는 에이전트를 두 단계 거쳤는데, 파트너와 신뢰가 구축돼 지금은 직거래로 하고 있어 마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홍콩과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는데, 홍콩에는 「에스앤제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장종빈 사장은 “아직은 초창기라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신 유행 반영이 용이해 내수와 일본 수출 등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동대문으로 들어오는 보따리상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역협회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외국인 보따리상 상담실적은 2억800만원으로 최근 2년 간 평균 상담실적보다 10%나 증가했다. 고동철 소장은 “작년 연간 상담 건수는 1천200여 건이며, 수출 알선 물량도 12억원이다. 하지만 이 물량은 실제 물량의 1%에 불과할 것”이라며 “구매안내소에서 처음에 업체를 소개하면 두 번째 거래부터는 대부분 직거래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에서 보따리무역을 하는 외국인들은 처음엔 단순히 완제품을 구매하지만, 거래가 오래되면 방법이 다양해진다. 일본 보따리 무역상인 마사오(34세) 씨의 경우 한 업체와 거래하면서 동대문을 방문하지 않고도 한 번에 티를 100∼200장씩 구매한다. 한국에 방문하는 횟수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다. 2∼3일에 한 번씩 팩스로 상품을 주문하면 동대문 상인이 그 편에 신상품을 끼워 보내주고, 일본에서는 그 상품이 마음에 들면 바로 주문하기 때문이다. 마사오 씨는, “동대문을 이용하면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문할 필요 없이 소량으로 여러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는 주문된 상품이 동대문에서 하루 만에 생산되어 일본으로 배송되기 때문이다.

    동대문과 거래한 지 5년째인 일본인 겐타(41세) 씨는 매우 똑똑한(?) 방법으로 동대문과 거래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에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상품은 원단과 부자재만을 구입해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 후 일본으로 수입한다. 이는 동대문을 상품에 대한 실험실로 삼아, 동대문에서 검증된 상품을 일본에서 파는 것으로 판매 적중률을 높이고, 전반적으로 마무리가 약한 동대문 상품을 직접 생산해 품질은 높이고,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동대문이 인터넷도 점령

    옥션이나 G마켓 등 소위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동대문과 수입 보세의류 판매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인터파크, GS이솝, 다음쇼핑 등 인터넷 종합쇼핑몰도 앞다퉈 오픈마켓을 열고 있어, 상인들이 인터넷에서 장사할 수 있는 판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동대문과 수입 보세로 공급되는 의류가 전체 거래량의 절반 가량 차지하는 옥션의 경우 이 거래액이 2002년 280억원, 2003년 54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1천억원대로 신장했다. 옥션내에 동대문과 수입 보세로 공급되는 의류를 거래하는 몰인몰 형식의 스토어만 3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동대문에서 소매상을 하면서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도 하고 있는 이은미(27세) 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 판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상인들이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됐는데, 지금은 반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두타, 헬로에이피엠 등 동대문에 매장을 갖고 있는 인터넷 판매자들의 장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이씨의 경우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인터넷 판매 품목을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인터넷 반응에 따라 매장에 들여놓는 물품을 정하기도 한다.

    동대문 두타에서 「제스퍼」란 매장을 운영중인 김성문(37세) 씨는 재작년 5월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의류판매를 시작했다. 그가 인터넷에 뛰어든 계기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너무도 쉽게 옷을 사서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사이에 주변 상인들은 인터넷 판매를 통해 소비자를 찾아 나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은 대부분 길 건너 도매시장에서 떼어온 물건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인터넷에서 마진을 붙여 팔자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그는 창신동에 있는 의류 공장에서 인터넷 판매용 의류를 직접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여름 이 공장에서 생산한 ‘플라워 시폰 원피스’의 경우 두 달 동안 2만7천 벌이나 팔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잘 팔아야 몇천 벌인 것을 인터넷을 통해 두 달 만에 그 몇 배를 팔 수 있었다. 이 역시 동대문의 빠른 생산 시스템을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동대문에 있는 매장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 추이를 보고, 즉시 공장에 생산 오너를 내서 스피드와 가격에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상인들이 인터넷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터넷 유통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도매상과 인터넷 판매를 병행하는 염용섭(32세) 씨는 “오프라인 상인들이 온라인 판매를 재고처리 수단 등으로만 여기고 온라인 특유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많다. 인터넷에서 잘 팔리는 상품은 따로 있다는 것을 관과하면 안된다”고 충고 했다.

    <강범창 기자 kbc@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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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빈 에스앤제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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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능력 갖추면, 수출이 내수보다 유리

    장종빈 사장은 1996년 동대문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데님을 취급하기 시작해 올해로 어언 11년째가 되는 전형적인 데님쟁이다.

    그 동안 그는 에스앤제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내셔널 브랜드의 프로모션도 진행했고, 동대문을 중심으로 도매와 소매 영업도 했다. 이런 그가 3년 전부터 영업전략을 수정,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매직쇼에도 참가했다.

    장종빈 사장이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한 것은 ‘상품에 대한 경쟁력이 있으면 내수보다 수출이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수출은 선기획에 따른 수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내수와 달리 리스크 부담이 적다. 또 결제도 심플하고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수는 스팟 기획생산 위주여서 잘 팔리는 상품을 얼마나 순발력 있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싸움의 성패가 갈리는 데 반해, 수출은 철저히 디자인 위주다. 따라서 디자인 개발 능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에스앤제이 상품에 신뢰를 갖게 된 일본 업체의 요구로 에이전트를 끼고 하던 일본 수출을 직거래로 바꿨다.

    수출 루트는 일본은 물론 홍콩과 중국으로 다원화했다. 홍콩에는 「에스앤제이」란 자체 브랜드로 최근 홍콩 공업중심 지역인 ‘나이스콕’에 단독점을 내기도 했다. 장종빈 사장은, “아직은 초창기라 수익이 높지 않다. 하지만 최신 유행 반영이 용이해서 내수와 수출 등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앤제이는 답십리, 성수동, 신설동, 마장동, 왕십리 등에 5개의 메인 공장을 두고 있다. 워싱도 포천과 동두천에 있는 공장을 통해 100% 국내생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출 위주로 전환하면서 3년 전부터 생산 방식도 다품종 소량체제로 바꿨다. 장종빈 사장은 “초기 대량생산을 할 때는 한 달에 3만 장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1만5천 장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다”며 “과거에 비해 수량은 줄었지만 수출 상품의 경우 고부가가치 상품이라 대량생산할 때보다 수익률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에스앤제이는 수출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내수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2002년부터는 매년 서울컬렉션 부대행사로 열리는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에도 참가하고 있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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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에서 찾은 가두상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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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 하루 유동인구 150만 명이 넘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 상권이다. 그러나 2003년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브랜드 매장의 매출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탓이겠거니 책임을 미뤄봤지만 새로운 형태로 무장한 편집매장의 등장은 브랜드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소문만 무성하던 변화의 바람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4월 16일 토요일 오후 7시. 어슴푸레 어둠으로 덮여가는 명동 거리가 행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말하는 듯 마냥 즐겁기만 하다.

    명동 초입 「MLB」에서 「버커루」 매장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명동 1번가’. 이전 「우들스」 자리에 지난달 20일 편집매장 「소울21」이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은 차별화된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으로 초반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날은 오후부터 손님이 몰려들면서 입구를 막고 출입 인원을 제한했다. 매장 안 손님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올린 매출은 대략 1천500만원 정도.

    반면 불과 3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A브랜드는 이날 「소울21」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장 평수는 비슷하다. A브랜드는 국내 캐주얼 브랜드 중에서도 매출 수위권 안에 들어가는 브랜드다. 최고의 패션 상권이라는 명동에서 이 정도 매출밖에 올리지 못하면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상권 관계자는 “요새 명동은 하루 300만원 넘게 파는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나마 일정 부분 본사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운영하지, 그렇지 않으면 브랜드 매장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상황을 전했다.

    게다가 백화점 세일기간까지 겹치면 매출 부진은 더 심해진다. 길 건너 롯데 영플라자에 가면 더 많은 이득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굳이 명동 가두점에서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브랜드 의류 매장엔 손님이 없어 한산하면서도 편집의류매장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현실이 지금 명동의 모습이다.

    왜 명동 소비자들은 브랜드 매장을 외면하고 보세 편집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일까. 관계자들은 ‘속도’와 ‘실리’에서 답을 찾는다.

    한 관계자는 “명동 소비자는 대부분 패션 리더들이다. 이들은 다양하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찾는데, 브랜드 매장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롯데 영플라자가 자리잡으면서 브랜드 제품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백화점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굳이 관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몇 해 전부터 명동에서 수익을 올리는 브랜드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 특히 영플라자가 생기고 난 다음부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결국 명동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보세 매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슈퍼마켓」 「양파주머니」 등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올들어 1번가에만 보세 편집매장으로 간판을 바꿔 단 매장이 5곳이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보세가 다시 잘 되는 건가’하고 스쳐 넘기지만 눈치 빠른 브랜드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낀다. 명동의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중요한 수익원인 가두매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자리잡는 편집매장들은 상품과 VMD에서 기존 보세 매장들과 차별화된다.

    우선 상품. 기존 매장들은 대부분 제품을 동대문에만 의존했다. 결국 차별화된 상품을 제안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동대문에 나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트렌디한 아이템’을 사는 데만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문을 여는 매장들은 동대문 제품에 해외 사입과 자체 생산을 병행한다. 차별화된 제품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품질은 이제 기본이다.

    VMD의 차별화도 중요한 요소다. 「슈퍼마켓」은 명동에 있는 4개 점포를 콘셉트숍으로 꾸몄다. 옐로우, 화이트, 블랙과 종합적인 서클. 이 네 개의 매장에서 각각 다른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양파주머니」도 ‘니폰 필’을 최대한 살려 귀여운 느낌의 컬러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C/랑송」도 홍대 앞 앤티크 매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독특한 집기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소울21」은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검정 유리를 사용하고, 오디오 설치에만 수천만원을 투자할 정도로 차별화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심심한’ 브랜드 매장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한 상권관계자는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운 편집매장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상권으로 확산될지 명동에서 그칠지는 미지수지만 소비자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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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억대 「타이거#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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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매장
    해외 소싱과 보세 병행… 대리점 사업도 준비

    명동 중국대사관 뒷길의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곳에 최근 브랜드 매장에서 보새 매장으로 바뀐 곳이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타이거#숍」도 그 중 하나다. 외관상 이곳은 기존 보새 매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을 나오는 손님들 손에는 쇼핑백을 쥐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타이거#숍」의 김억대 사장은 대기업 해외 영업과 사입 유통업을 거쳐, 패션 기업인 「디데이」와 「스톰」 사업부장을 지냈다. 그는 내셔널 브랜드에서의 경험을 살려, 보세 매장이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상품 구성에서 초저가 상품부터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오리지널 보세 상품까지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과거 해외 영업을 하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오리지널 보세 상품을 적절히 제안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저가 상품만 취급해서는 싸구려 매장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싼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싸게 사고 싶어한다. 오리지널 보세를 하는 것은 「타이거#숍」이 싼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취급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대문 사입에만 의존하면 박리다매 전략을 펼 수밖에 없어 마진이 평균 1.3∼1.7배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해외 소싱이나 오리지널 보세를 취급하면 마진 배수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보세 매장 특성을 살려, 1주일 단위로 가격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또 신상품을 2∼3일에 한 번씩 공급해 매장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타이거#숍」은 동대문, 해외 소싱 상품, 오리지널 보세 상품을 판매하지만, 시스템과 관리는 내셔널 브랜드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품에 일일이 테크 작업을 하는 것과 재고관리에 있어서 내셔널 브랜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소싱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이 없어 사입 매장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점주들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리점 영업을 전개해 올해 안으로 「타이거#숍」을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찬승 기자 pc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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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aemun Fashion V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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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동대문은 매대 판매 개념에서 벗어나 내셔널 브랜드의 콘셉트 숍을 닮아가고 있다.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자재들뿐 아니라 박재까지 신경을 쓴 동대문 매장은 이제 더 이상 시장표가 아니다. 특히 코디를 위해 고객들을 위한 소품을 준비한 대목에서는 동대문 부상의 이유를 이해할 듯하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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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 썽쑤씨(Julie Sans-sou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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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구석, 20여 평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줄리 썽쑤씨 매장. 이 매장은 레드 컬러의 타일과 형광 라이트 그린 컬러가 대비를 이루어 매장의 입지가 좋지 않음에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매장의 홍순미 사장은 다른 매장에 비해 큰 평수의 매장을 메우기 위해 고심하던 중 매장 안쪽으로 창고를 마련하고 가운데에는 원형의 행어와 평상을 배치했다. 계단 형식의 디스플레이 구조물과 창고의 벽면, 매장 밖의 기둥에는 홍 사장이 평소 좋아하던 레드 컬러의 타일을 붙이고, 형광 라이트 그린 컬러의 아크릴 벽으로 시선이 가도록 했다.

    의상은 일본 풍의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내추럴하면서 국내 정서에 맞게 푼 의상들이 대부분. 눈에 띄는 원색과 다양한 디자인의 면 티셔츠를 몸에 흐르듯 코디한 것이 이 매장의 포인트다. 홍 사장이 말하는 매장의 콘셉트는 한 마디로 ‘감도 있고 성숙한 재패니즈 스타일’이다.

    의상의 100%가 홍순미 사장과 언니인 홍순영 씨가 디자인한 것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일본에 시장조사를 다녀오면서 영감을 얻는다. 두 자매는 미대를 나와 여성 캐릭터캐주얼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평범하지 않고 한정적이지 않은,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하기 위해 8년 전부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래서 붙여진 매장명도 ‘천방지축 줄리’라는 뜻의 불어. 홍 사장의 절친한 친구가 지어준 이름으로, 매장의 콘셉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홍 사장은 “정해진 콘셉트는 없다. 좋아하는 컬러 조합과 프린트 등을 과감하게 믹스&매치함으로써 줄리만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툴 (Tool)

    툴은 걸쭉한 목소리의 힙합 음악이 흐르며 터프한 분위기를 내는 매장. 사선 모양의 아일랜드 매장으로, 공사장에서 직접 가져온 H빔 골절을 ‘ㄱ’자로 구부려 간격을 두고 일렬로 세웠다. 매장 곳곳에는 전선을 감은 드럼통을 배치했고, H빔 골절에 작은 원형 팬후드 같은 조명을 달아 매장을 분위기 있게 만들었다. 또 골절과 골절 사이를 철사로 그물처럼 이어 의상을 디스플레이하기도 했으며, 바닥에는 에폭시를 깔고 시트지를 붙였다.

    이 매장의 소인찬 사장은 “여성들의 자유분방함이 매장의 콘셉트다. ‘필(Feel)’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정형화되지 않은 매장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동대문 매장들은 대개 1년에서 1년 6개월 만에 매장 인테리어를 전면 교체하지만 툴은 6개월에 한 번씩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에 교체할 매장 인테리어는 여름에 맞게 밝은 분위기로 꾸밀 예정. 「툴」에서는 매장 인테리어와 함께 음악도 중요한 요소다. 주로 투팍 같은 힙합 음악 외에도 건즈&로지스, 레드제플린 등의 록과 얼스윈드&파이어, 비치보이스 등의 음악도 자주 튼다.

    의상은 소 사장이 직접 일본·미국 등에서 시장조사를 해 수입한 제품들과 동대문에서 사입한 제품이 60∼70%를 차지하며, 자체 디자인한 제품이 30∼4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나염 티셔츠가 반응이 좋으며, 스팽글이 유행하면서 스팽글이 박힌 티셔츠도 잘 팔린다. 여기에 오렌지 컬러의 티셔츠와 블랙과 네이비의 중간색인 먹색의 일명 ‘당가라티셔츠’도 인기라고.

    체스 (Chess)

    헬로에이피엠 8층에 위치한 체스는 인테리어가 특이하거나 상품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상품들도 주로 블랙, 레드 컬러로 얼핏 봐서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곳은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페라리 정품을 취급하는 정식 대리점이다. 모자 하나에 5만원, 가방은 13만원, 재킷은 최하 18만원. 그나마 저렴한 면 티셔츠도 4만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 이처럼 가격대가 동대문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이 매장에 손님이 드는 것은 오리지널 상품이 주는 가치 때문. 이 매장의 매니저는, “최근 유행상품에서 고전적인 상품까지 페라리와 관련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고객들도 이를 아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고객 연령대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 매장 상품은 전부 수입 제품들. 정용주 사장이 직접 해외에서 수입해 온 것들이다. 정 사장은 수입한 상품을 자신의 매장은 물론 다른 매장에도 제공하고 있다고.

    트렉 (Track)

    트렉은 수입 구제 바지와 티셔츠만을 취급하는 구제 매장. 「리바이스」와 「비게」 등 외국 유명 브랜드 구제상품을 외국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하는 곳이다. 백성훈 사장이 한 달에 한 번씩 홍콩, 태국, 일본 등에 직접 나가 바잉해 오고 있다. 또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최신 유행상품과 희소성을 갖는 구제 상품을 수시로 받고 있다.

    매장 상품은 가격대가 천차만별. 이는 구제 상품 특성상 희소가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만원에 못 미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청바지 하나에 30만원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헬로에이피엠 런칭 때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백성훈 사장은, 장사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언젠가 정품인 줄 알고 외국에서 사온 상품이 이미테이션이라 세관에서 모두 빼앗긴 적도 있고, 현지에서 상품을 사서 카고를 붙였는데 중간에서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 (昰)

    남성들이 많이 찾는 헬로에이피엠 8층. 하는 8층에서 가장 작은 공간의 매장이지만 실속 있는 구제 상품으로 인기가 있다. 2평 남짓한 매장의 벽은 일본 패션 잡지인 《스마트(Smart)》, 《붐(Boom)》, 《쿨(Cool)》 등을 한장한장 찢어 붙여 임문혁 사장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 또 액세서리를 진열한 선반 앞에는 낡은 번호판을 달아 구제 매장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 매장의 임문혁 사장은 일본에서 데님 팬츠,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티셔츠, 캐나다에서 겨울 재킷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파키스탄인 친구의 소개로 다양한 경로를 알게 되어 지금까지 구제 제품을 꾸준히 들여오고 있다. 「에드윈」 「리바이스」 레드 등의 데님 팬츠가 제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최근 연예인 협찬도 하고 있다고.

    임 사장은 고객들이 원할 경우, 팬츠 리폼도 해준다. 일자로 내려가는 팬츠의 옆선을 터서 데님을 덧대 벨보텀 스타일로 만들어주며 화공약품인 라텍스 처리도 해준다. 데님 팬츠 외에도 낡은 느낌의 티셔츠는 구제의 오묘한 컬러가 특징이다. 작은 사이즈도 있어 여성고객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임 사장은 “구제는 동네에서 장사가 잘 된다. 앞으로 가게를 넓혀 도매와 로드숍도 마련하고 싶다”며 “구제 트렌드가 먹히는 창동, 의정부에 매장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Dongdaemun Exposure

    유행의 발신지로 불리는 동대문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소비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한 가지 스타일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 최근 낮은 초여름 같고 밤은 조금 쌀쌀한, 일교차가 심한 날씨를 보여 이너웨어는 가볍게 입고 아웃웨어를 걸친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동대문에서 만난 여성들은 데님 스커트나 팬츠에 가벼운 탑이나 티셔츠를 매치했으며 아웃웨어로 카디건, 집업 후드 점퍼, 데님 재킷 등을 걸쳤다. 최근에는 펜슬 스커트와 같이 단순한 실루엣보다는 레이스가 덧대어져 있거나 헴 라인이 일정하지 않은 미니 스커트가 눈에 띈다. 여기에 컬러풀한 구두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전체적인 착장과 컬러를 맞춘 구두는 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손에 드는 토트 백보다는 큰 사이즈의 숄더 백이 인기. 남성들 또한 메트로섹슈얼의 영향으로 큰 사이즈의 백을 든 소비자가 많았다.

    남성들은 캐주얼한 셔츠에 재킷이나 트레이닝 점퍼, 빈티지 데님 팬츠를 매치해 깔끔한 느낌보다는 구제 풍의 편안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 데님 팬츠뿐 아니라 카고 팬츠도 여전히 인기다. 또 다양한 스타일이 많은 동대문이라도 「푸마」 「컨버스」 「나이키」의 스니커즈는 데님 팬츠와 찰떡궁합 코디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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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정 「벌집」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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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경쟁력은 내일처럼 일하는 직원

    판매직원은 2명 이상… 적자 때도 격려금 줘

    동대문 헬로에이피엠과 밀리오레에 가면 벽면 가득 걸린 청바지와 스커트에 연예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붙어 있는 매장을 볼 수 있다. 이런 매장이 이 두 상가 1층과 2층에 한두 매장도 아닌, 같은 상표로 9개나 있다. 데님 전문 브랜드인 「벌집」이다.

    「벌집」(대표 김민정)은 청 스커트만 80스타일, 청바지도 100스타일을 취급하는 매장이다. 신상품도 매시즌 40스타일을 출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청 스커트 위주로 진행하다가 최근 청바지를 비롯한 데님 전반으로 아이템을 늘렸다. 100여 스타일의 청바지 취급을 위해 최근 기존 세 군데 자체 공장 이외에 추가로 세 군데 공장을 확보했다.

    「벌집」 매장 중 잘 되는 곳은 2평 남짓한 매장에서 한 달에 1억 이상을 팔고 있다. 「벌집」이 이처럼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동대문 밀리오레가 오픈하던 당시부터 영업을 하며 쌓은 고객층이 확고하고, 최신 트렌드의 다양한 데님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예인 이름을 이용한 마케팅도 한몫 하고 있다. 김 사장은, “많은 아이템을 취급하다 보니 이를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해서 출시한 스타일과 이미지가 가장 적합한 연예인 이름을 붙인 것인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벌집」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지난해 말 각종 매스컴에 소개돼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 사장이 얘기하는 「벌집」의 진정한 경쟁력은 자기 일처럼 일하는 직원들의 힘이다. 「벌집」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판매사원들의 접객이 다른 매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유달리 큰 목소리와 밝은 분위기, 또 판매사원의 옷에 대한 자부심에 고객들은 저절로 지갑을 열게 된다. 이처럼 직원들이 자기 매장처럼 일하는 것은 김민정 사장의 인간미를 강조한 경영 때문이다.

    김 사장은 매장을 방문하면 판매보다는 직원들의 안색을 먼저 살핀다. 안색이 안 좋은 직원은 반드시 불러 이유를 묻는다. 때문에 직원들은 근심과 고민이 있으면 김 사장을 찾는다. 이런 직원을 김 사장은 때론 부모처럼 때론 친구처럼 여기며 조언과 질책을 해주고 있다.

    김 사장은 이윤의 일정 몫을 바로 직원들에게 분배한다. 김 사장이 매출일보를 보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이것도 매출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주기 위해서다. 「벌집」의 격려금은 성과급제로 운영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매달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적자였음에도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줬다. 김 사장은, “격려금은 말 그대로 격려하기 위해서는 주는 것”이라며 “돈은 결국 좋은 직원들이 벌어다준다”고 말했다. 「벌집」이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매장 면적이 작아도 판매사원은 반드시 2명 이상 쓴다. 김 사장이 판매사원을 2명 이상 쓰는 이유는 판매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판매직원 혼자서 외로이 매장을 지키고 접객하는 것을 볼 수가 없어서다.

    김 사장은 소매로 동대문에서 7년 넘게 장사하면서 한 번도 상인들과 다툰 적이 없다. 이런 김 사장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일이 최근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공장에서 「벌집」 상품을 카피해 다른 매장에 판 것이다. 김 사장은, “장사에 타격을 입은 것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과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벌집」을 스커트 전문 브랜드에서 최근 토털 데님 브랜드로 전환했다. 김 사장은, “데님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토털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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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패션메카 동대문’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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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저우 상인의 지혜와 상술을 배우자

    중국에서 원저우(溫州) 상인은 상도와 상술의 귀재로 불린다. 천성적으로 뛰어난 장사수완으로 원저우인들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했다.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원저우 상인들은 전세계 화교 자본의 뿌리가 되었고 거대한 부를 축척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원저우 상인들을 가리켜 ‘중국의 유태인’으로 부른다. 원저우 상인의 도전과 모험심에 대해 등소평은 “우리는 원저우의 모험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새로운 중국 건설의 모델로 삼기도 했다. 동대문은 지금 값싼 중국 제품의 침투로 변혁기를 겪으며 비상과 추락의 기로에 서 있다. 공교롭게도 원저우인의 상도과 상술에 동대문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중국을 넘어 세계로 뿌리를 뻗고 있는 원저우 상인의 지혜를 통해 동대문 미래 비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원저우는 저장성(浙江省)에 위치한 소도시다. 사람은 많지만 땅이 협소한데다, 빈번한 재해로 농업마저 불안정한 지역이다. 동으로는 바다, 서로는 산이 있고 농지라고는 눈을 비비고 찾아도 발견할 수 없는 황량한 산간지대다. 그렇다고 천연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그럴듯한 국영기업도 없다. 하지만 이런 곳이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이 됐다. 땅값만 해도 한 평에 30위안으로 상하이보다 비싸다.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인지는 연간 증권거래액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지역 일개 증권 영업부의 연간 거래액이 100억위안으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증권거래액보다 많다.

    이처럼 원저우가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곳이 된 데는 원저우 상인의 품성과 기질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뛰어난 장사 수완을 타고난 윈저우 상인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강한 의지와 도전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제언 1. 강한 독립심과 의지를 갖자

    윈저우 상인들은 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는 강한 독립심과 의지를 갖고 있다. 원저우에는 ‘남의 부축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손과 발이 되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전세계를 무대로 거대한 부를 축척한 윈저우 상인의 보편적 마음자세다. 윈저우 상인은 이러한 가치관에 따라 형제자매를 비롯한 친지간에도 의지하지거나 신세지지 않는다. 기쁜 일이 있으면 친지간에 서로 나누지만, 어릴 적부터 어려운 일이 있을 땐 스스로 해결하라고 배워왔다.

    지난 1996년 중국 국영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난 적이 있다. 당시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은 시 당국에 부모관(청대 말까지 지방의 관료들이 백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사상)을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윈저우에는 이러한 민원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윈저우만 구조조정 바람이 피해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원저우는 퇴직자 수가 10만 명이나 됐고, 퇴직률도 16%로 전국 평균 퇴직률보다 높았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을 잘 극복한 것은 윈저우 상인의 몸에 밴 독립심과 자강불식(스스로 노력해서 힘을 기른다)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현재 동대문의 소매가 활성화되면서 유행 발신지의 밑거름이 된 것과 달리, 도매 경기는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됐다. 상인들은 최신 유행 패션과 순발력을 제외한 도매 기능, 생산 인프라, 인력 수급 모든 면에서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한다. 《동대문 오딧세이》란 책을 낸 이종수 엠에스에이전시 사장은 “과거 호황 때에 비해 도매 기능은 30%, 공장은 40%가 줄었다. 그나마 남은 공장도 사람이 없어 노는 곳이 많다. 장사도 과거엔 열 집 중 여덟 집이 잘 돼, 도매로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두 집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상(장사가 과거처럼 잘 되는 집), 진상(안 되는 집), 화상(적자인 집) 비율이 2:4:4”라고 말했다.

    최근 도매시장을 보면 과거에 비해 상인들 스스로의 자율성과 도전정신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언제부터인가 상인들 사이에서 중앙정부나 서울시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헬로에이피엠에서 도매를 하는 한 상인은, “과거 이곳에서 돈을 번 거상 중 상당수가 동대문을 떠났고, 지금은 상당 부분이 물갈이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은 상인도 기회가 있으면 떠나려 하고, 새로운 사람들은 힘든 적응에 외부 도움을 받으려는 목소리도 커졌다”고 말했다.

    동대문 발전계획이 여러 기관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노력과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은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자생적인 시장이다. 무수한 난관을 상인들 스스로의 의지와 도전으로 극복해 온 곳이다. 결국 외부의 지원도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제언 2. 배부른 종업원보다 배고픈 주인이 되자


    윈저우 상인은 남의 회사의 높은 지위보다 정신적 자유가 보장되는 노점상 사장을 원한다. 때문에 윈저우 상인 중에는 창업을 위해 보장된 공무원 자리를 과감히 내던지는 경우가 많다. 윈저우 상인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스스로 운영하고 개척하기를 원한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천한 일에 종사해도 자신이 열등하거나 못났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노동으로 부를 이뤄나가는 것을 영광으로 안다. 성공한 윈저우 상인들의 필수 업종이 노동집약적인 구두 수선과 봉제업이란 점이 이를 증명해 준다. 하찮은 일을 통해 경험과 자본을 축척한 후 큰 기업을 일구는 것이 성공한 윈저우 상인의 모습이다. 그 예로 중국 최대 저전압기 생산기업인 정태그룹 총수 남조휘도 한때 구두 수선공이었고, 데리시 그룹 총수 호성종도 가업인 봉제업으로 사업을 일궜다.

    동대문에는 의류업종 10만 명을 포함해 대략 15만 명이 종사하고 있고, 디자이너 수만도 1만 명에 이른다. 상인 중에서는 10여 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사업을 하는 거상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장이 판매원과 디자이너를 겸하고 있다. 작은 노점이라도 사장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동대문은 윈저우 상인의 그것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편 동대문의 이러한 ‘1인 비즈니스 시스템’은 좋은 점도 많다. 의사결정 구조가 간단해 순발력 있는 대처를 요하는 패션시장 특성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패션 기업인 보성, 신세계인터내셔널, 온앤온 등에서 근무하다 최근 두타에 진출한 디자이너 이경하 씨는 “브랜드의 경우 새로운 시도나 디자인을 제안할 때,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리저리 재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대문은 오너 1인 중심 비즈니스기 때문에 마음에 내키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은 소자본 창업이 용이한 곳이다. 아이디어와 능력, 열정이 있다면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경쟁이 심해 성공 확률은 낮지만, 일을 배우고 사업을 위한 경험을 축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교육장소다.


    제언 3. 동대문을 떠나서, 발전을 모색하라

    원저우는 척박한 지리·기후적 환경 때문에 중국에서 사람 살기에 가장 안 좋은 곳 중 하나다. 때문에 윈저우 상인들은 고향에 연연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고, 좀더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면 떠난다. ‘원저우커(溫州客)’란 말도 이 때문에 생긴 것이다.

    고향을
    떠나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윈저우 상인은 약 200만 명이다. 이 중 160만 명이 자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신발 수선이나 노점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또 양봉을 하는 이가 많아 자연히 연관 산업인 의류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우가 많다. 중국 서남 지역에서 가장 큰 의류 도매시장인 충칭(重慶) 조천문 시장 상인 중 70%가 원저우가 속한 저장성 출신이다. 선양(瀋陽)에도 약 5만 명의 윈저우 상인이 주로 의류와 신발, 가구류를 취급하며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윈저우 상인들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 화교 자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 파리 시내 13, 14구에만 8만 명의 윈저우 상인이 살고 있다. 이태리에도 윈저우 상인이 주로 로마 이북과 플로렌스, 볼로냐, 밀라노 등에 분포해 살며, 이태리 피혁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패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업체 중 동대문에서 기반을 다진 회사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티비제이」의 엠케이트렌드와 「마루」의 예신퍼슨스다. 「티비제이」는 1998년 동대문을 떠나 내셔널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할 때, 디자이너클럽 2평 남짓한 매장에서 하루에 청바지만 3천 장을 팔았다. 개당 2만원만 쳐도 현금으로 대략 6∼7천만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도매 기능을 접고 소매 위주의 브랜드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동대문의 많은 상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후 「티비제이」는 동대문에서 다진 노하우에 내셔널 브랜드 시스템과 인재 활용을 통해 지난해 2천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대표적인 내셔널 브랜드로 성장했다. 당시 비슷한 실적을 올리던 상인들 대부분이 현재 시장을 떠나 행적이 묘연하거나, 예전의 호시절을 그리며 신세 한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도 곰 캐릭터를 심볼 마크로 하는 「라틀레틱」이란 캐주얼 브랜드가 제도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신세계백화점 입점에 앞서 이날 초 마켓 테스팅 겸 인천점에서 매대 행사를 실시했다. 매장 한 구석에서 두 칸 매대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열흘 간 6천만원을 팔았다.

    동종 복종에서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이 기간 누계 매출에서 1위를 차지해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브랜드가 내셔널 브랜드로 변신하게 된 것은 동대문에서 향후 사업성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도매 위주로 전개하던 이 브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동대문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디테일이 가미된 것을 선호하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디테일보다는 심플한 디자인에 자체 개발한 캐릭터로 승부하는 자신들의 브랜드 특성상 변신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 브랜드는 인터넷 유통을 병행했는데, 매출과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또 테스팅차 진행했던 몇몇 제도권 매장에서 다이마루 단품 위주로 7천만원을 파는 등 유행 주기가 짧아 경쟁이 치열한 동대문보다 영업 상황이 상대적으로 수월함을 알았다. 동대문을 벗어난 곳에 오히려 자기들에게 맞는, 더 적합한 시장이 있었던 것이다.

    제언 4. 모험을 즐기고 도전하라

    ‘사람이 대담할수록 땅도 더 많은 물산을 낸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이 말을 굳게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윈저우 상인들이다. 이들은 확고한 신념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열정 없이는 성공이란 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험을 즐기고 도전한다.

    윈저우 상인이 만든 군요그룹은 상하이 푸동 지역에 수억 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정태그룹은 두 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상하이에 첨단산업단지를 육성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의 상징인 상하이 푸동 지역 개발의 상당 부분이 윈저우 상인의 자본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정천그룹, 델리시그룹, 화통그룹 등 원저우 출신 기업인들도 중국 전역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윈저우 상인들은 새로운 아이템에 50% 가능성만 있으면 투자한다. 중국의 다른 지방 사람들이 돈을 벌면 은행에 넣거나 보험에 드는 것과 달리, 윈저우 상인은 대담하고 욕심이 많아 지키기보다는 재투자를 한다.

    최근 동대문에는 「양파주머니」란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두타에서 지난달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브랜드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얼핏 보면 남들이 안 하는 차별화된 상품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의 진정한 경쟁력은 전산관리시스템이다. 지난해 말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 패션 영향으로 뜬 이 브랜드는 두 달 사이에 물량이 4배 이상 늘었다. 이 정도면 보통 물량 수급 문제와 관리상 어려움으로 장사가 잘 돼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파주머니」는 미리 구축해 둔 전산시스템 덕에 큰 무리 없이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패션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공학도 출신인 이 회사 김운식 사장의 눈에 전산화의 중요성이 보였고, 여기에 과감히 투자했던 것이다. 만일 김운식 사장이 ‘동대문에서 매장 한 개를 운영하면서 수천만원이 드는 전산시스템이 무슨 소용이냐’는 주위 사람의 말에 흔들렸다면, 이러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제언 5. 유행을 좇기보다 창조적인 사업을 찾아라

    모험과 도전심이 강한 윈저우 상인들은 사업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은 유행을 좇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 회사의 기반을 고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을 벌인다. 한 가지 장사가 잘 된다고 우르르 그곳에 몰리지는 않는다.

    그들은 또 창의적인 상인만이 살아 남는다고 믿는다. 원저우의 의류회사 메이터스반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큰 레저의류 회사다. 이 회사 주성건 사장은, 레제웨어 시장을 중국에서 연 장본인이다. 그는 자신의 자본과 기술력으로는 기존 업체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레저웨어 시장을 개척해 성공했다.

    「자라」와 「H&M」 식의 패스트패션을 표방한 「라미네뜨」란 여성 커리어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 브랜드는 동대문과 가두점에서 자체 생산기획을 하던 8명의 디자이너와 상인들이 조합을 구성해 만든 브랜드다. 「라미네뜨」는 지난 2월 코엑스몰에 1호점을 오픈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브랜드임에도 상품력으로만 지난달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브랜드의 전략은 트렌디한 상품을 2주 단위로 공급하는 빠른 순발력과 탄탄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퀄리티 있는 상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업 시스템도 동대문과 내셔널 브랜드 시스템을 접목,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한다. 8명이 각자의 특화된 아이템을 기획 생산해 자체 브랜드로 제공한다. 의사결정도 협의체 방식으로 진행, 조합원간 수평적 입장에서 협력과 경쟁을 통해 운영된다. 기존 내셔널 브랜드와 프로모션이 주종관계인 것을 「라미네뜨」는 수평적 관계로 전환시킨 것이다.

    제언 6. 자신의 방식으로 해라. 아니면 과감히 버려라

    윈저우 상인들은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시장을 개척한다. 일단 시장이 조성되면 고향 사람들의 단결력을 이용해 대규모 원저우 상인을 유치한다. 이렇게 형성된 세력을 바탕으로 원저우 상회를 설립해 단결을 통해 이익을 조직적으로 관리한다. 윈저우 상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 상권을 장악했고, 전세계 화교 자본도 같은 방식으로 형성하고 키웠다. 하지만 윈저우 상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방식이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릴 줄도 안다.

    윈저우 상인들이 이태리 피혁 산업을 장악할 때가 대표적인 예다. 이태리에 진출한 원저우 상인은 1970년대부터 피혁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해, 1980년대 독자적인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방식과 디자인을 고수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방식과 디자인이 시장에서 외면받자, 이를 과감히 버리고 이태리 회사와 합작했다.

    합작은 자신들이 자금과 원자재, 작업장을 제공하고 이태리 회사에서 기술과 설비, 브랜드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시도로 인해 1980년대 초 50개가 채 안 되던 윈저우 상인이 경영하는 구두 공장과 상점이 1990년대 후반에는 1천 개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상품들은 이태리는 물론 전세계로 팔려나가, 2002년 중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출된 메이드인이태리 구두 72%가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것들이라고 한다.

    최근 동대문이 패션 리더들인 대학생들로부터 압구정, 명동, 홍대 등을 제치고 패션유행 발신 1번지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데는 두타의 역할이 컸다. 지난 1999년 지하 1층에 벤처 디자이너들을 모아 ‘두체’를 오픈한 두타는 ‘두체에 이어 지난해 초 1층에도 내셔널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디자이너 특화 존도 마련했다. 두타는 최근에는 2층에 가두상권과 동대문에서 실력이 검증된 상인과 디자이너를 영입해 라이프스타일 콘셉트숍을 오픈했다. 두타의 이러한 시도는 감각적이고 열정 있는 벤처 상인을 영입해 기존 동대문식 쇼핑몰과 다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패션몰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검증이 필요하고 도중에 도태될 수도 있다. 장사 실력도 자본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존 거상들에 비해 미흡하다. 하지만 브랜드 매장에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구색 상품이 필요하듯, 이러한 특화 존의 존재는 소비자들에게 동대문을 찾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또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제도권에서 얻지 못한 색다른 욕구 충족을 통해, 패션 리더층을 불러모으는 역할도 할 것이다. 두타가 동대문에 있는 여타 쇼핑몰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했다면 이러한 효과는 기대키 어려웠을 것이다.

    동대문 방식을 과감히 버려 성공한 브랜드로 「양파주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 김운식 사장은 두타에 입점한 지난해부터 줄곧 가격정찰제를 시행했다. 내셔널 브랜드의 시각에서야 가격정찰제가 상식이지만, 흥정이 일반화된 동대문에서는 알면서도 시행키 어려운 것이 가격정찰제다. 김 사장은 자신의 브랜드가 마니아층을 겨냥하기에 무엇보다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해선 반품과 교환이 필수이고, 이를 위해선 가격정찰제가 전제돼야 함을 알았다.

    가격정찰제 시행 이후 김 사장의 매장도 처음에는 눈앞에서 손님을 놓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동대문에서 몇 안 되는 믿고 살 수 있는 매장이란 인식을 하게 됐고, 이에 고정 고객이 증가해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됐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시장 방식에 타협하지 않고 버릴 것을 과감히 버렸기에 가능했던 사례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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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원저우 상인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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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주변의 환경을 살핀 다음, 사업가능성을 타진한다.
    둘째.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셋째.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과거의 경험을 정리해 긍정적인 부분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완전히 제거한다.
    넷째. 자기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패의 기억을 완전히 묻어버린다.
    다섯째.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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